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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준벅 (Junebug, 2005)

DidISay 2012. 1. 23. 16:24


오랫만에 괜찮은 영화를 발견했다. ^^

 

남편의 집을 방문하여 그들 가족 구성원이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독특한 문화 속에 완벽하게 흡수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않을까 싶다.

 

나도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시댁과 잘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인데...사실 이런 문제때문에

결혼 상대를 고르는 소위 '조건' 속에서 집안의 가풍을 따지는 것이

포함되게 된 것은 아닐까 한다.

 

영화의 제목 준벅은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풍뎅이같은 존재인

메들린을 말한다.

 

영화 속 메들린은 비록 일때문에 내려온 남편의 집이지만 

가족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평소에는 하지 않을 말투와 푼수같은 행동까지 해보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그녀를 경계심 많은 눈으로 이방인처럼 대한다. 

 

아름답고 매너 있고 교양있지만..그래서 더 어려운 그런 사람으로

남편의 가족들은 그녀를 대한다.

 

다만 가족의 또다른 이방인 동서만을 제외한채...

 

영화 속에서는 가구들만 횡하게 있는 방이 자주 등장하는데

아마 이것은 마치 가족구성원이 아닌 가구들처럼

어색하게 행동하고 있는 그녀의 존재의식을 나타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한다

 

또한 밤에 나타나는 메들린과 남편의 베드신은

그녀가 알고있던 세련되고 교양있는 지식인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그녀에게 무관심한 낯선 인물로 변해버린

남편을 재확인하고 안심하려는 그녀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메들린은 시댁 식구들과의 미묘한 갈등을 겪어나간다.

(재미있는건 메들린의 남편 역시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이 없는 가족들이 사는 고향을 의식적으로 잊고 도시에서 살아가다가

고향에 내려오면서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 것처럼 묘사가 된다.)

 

그녀가 어렵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시어머니

동서의 출산과 일 앞에서 일을 선택한 메들린에 대한 남편의 책망과

그녀 자신의 자책감...남편의 냉담한 반응 등

 

영화는 아주 건조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메들린의 노력과 시댁 식구들의 미묘한 시선을 빗겨나가본다면

그녀는 동서의 출산을 앞두고 모든 식구들이 병원에 나갈 때

그 차량안에 끼지 못했던 것처럼 이방인에 가깝다.

 

결혼 6개월만에 처음보는 며느리기에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사실 이 땅의 모든 며느리들이 저런 과정을 거쳐서

시댁이라는 공간 안에서 살아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맘이 쌉쌀해졌다..

 

영화의 갈등들은 동서 애슐리의 사산과 그 슬픔들 속에서

어느정도 마무리되어 간다.

 

집으로 향하는 차에서 그들은 이곳을 떠나 기뻐..라고 외친다.

 

하지만 가족이란..고향이란 결국 떨쳐버릴 수 없는 것.

미어캣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녹화를 하려 하다 실패해서 욕을 하며 화내는 남편, 아이를 잃고 나서 곁에 있어주지는 않지만 눈물을 흘려주는 어머니, 항상 뒤에 있어주는 아버지 등

 

표현이 서툴 뿐 서로를 조용히 사랑한 그들은

아무리 촌스럽고 부끄럽다 하더라도 결국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평생을 얽혀서 살아가야 한다.

 

아픈 상처 위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굳은 딱지같은 영화.

 

참 오래 가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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