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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짜장면 주세요! ^^

DidISay 2012. 5. 10. 14:50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를 수 없던..
그래서 맹맹하고 왠지 맥빠지게 느껴지는 '자장면'이라는 단어로
불러야 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짜장면이라는 단어를
정말 사랑한 것 같아요.

짜장면...이라고 발음할 때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춘장의 짭짤하고 강한 향과 맛.
동글한 면을 이와 혀 사이로 끊어내릴 때의 감촉, 돼지기름의 매끈한 풍미...등이
이 단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죠. ^^

초등학교 때, 수필 '짜장면'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짜장면이라는 지극히 소박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가지고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맛깔스럽게 풀어낸 것이 재밌었어요.

저에게 짜장면은, 엄마가 목욕탕 가기 싫다고 할 때
회유책으로 제시했던 비장의 카드.
일요일 늦은 아침이면 집에서 따뜻한 방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티비의 디즈니 만화를 보며 먹던 추억의 맛.
자취하면서 부터는, 해놓은 밥이 없을 때 저를 구원해주던 고마움이네요 ㅎ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는 짬뽕이나 탕수육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짜장면만을 외치던...충실한 짜장면님의 신도였네요 -_-;;


어떤 짜장면을 좋아하시나요?

전 돼지기름을 충분히 사용해서, 면에 매끈하고 풍성한  기름맛이 배어있고 
춘장과 야채를 오랜 시간 달달 볶아내서
약간 조려진듯한 불맛이 느껴지는 짜장면을 좋아해요.
느끼한 걸 싫어해서 거의 채식위주로 식사하는데도,
짜장면만은 적당히 기름지고 빡빡하지 않게 면이 넘어가는 감촉을 사랑합니다 >_<

그리고 포인트는 계란후라이와 완두콩!
까맣게 빛나는 양념 위로 하얀 바탕에 노른자가 영롱한 계란 후라이랑
초록색 동글동글한 완두콩이 얹여 있으면
보기에도 예쁘고 너무 맛있었어요.

요즘은 저렇게 짜장면을 주는 곳을 한곳도 못봤는데,
어렷을 때는 종종 있어서 그곳에서만 시켜먹었거든요.

완숙을 사랑하는 저이지만, 저 위에 올려진 계란 후라이는 반숙도 괜찮았어요.
노른자와 진한 양념이 섞이면 걸죽하고 진득한 맛이 나는데 이 맛이 꽤 좋았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반숙이라고 싫다고 버티다가,
혼나고 한 입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_-;


지금은 저런 짜장면을 먹고 싶을 때는 날을 잡고 집에서 만들거나,
간단버전으로 일요일 짜파게티 요리사가 되어
달달 볶아낸 짜파게티에 계란후라이랑 오이 완두콩을 얹어서 먹어요.
이건 일개 라면이 아니라 작품이라고 흐뭇해하면서 불맛을 느끼려 애써봅니다.(....)
그리고 짜장면은 나무젓가락으로 먹어야 제맛! ㅎㅎ

그럼 분명히 맛은 있는데, 왠지 할머니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신 말들처럼
그 때 그 맛이 잘 안느껴지는 것 같아요.
진짜가 아니라 모조품의 느낌.

나른한 주말, 티비 소리가 지리하게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면서,
완두콩과 계란이 올라간 짜장면을 다시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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