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디센던트 (The Descendants,2011)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디센던트 (The Descendants,2011)

DidISay 2012. 5. 13. 19:32

 


디센던트는 표면적으로는 이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며,
좀더 세부적으로는 익숙한 것들의 타자화를 경험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바웃 슈미트'와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이 감독을 맡고
조지 클루니가 개런티를 낮춰가며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인디에어에서 조지 클루니의 연기가 매우 좋았기 떄문에,
이 영화도 평이 좋아서 꼭 봐야지 싶어 개봉하자마자 찾아가서 봤었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맷 킹은 부동산 전문 변호사이자
아름다운 하와이의 왕족과 부유한 은행가의 후손이다.
꽤 많은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음에도 본인의 힘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중년남.
그리고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장.

겉으로 보이는 스펙은 꽤 탄탄하지만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삶은 지루하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하와이에 사는 환상적인 삶에 대한 편견 깨기로 시작되며,
딸아이들은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말 안통하는 골치덩어리이며
아내는 나의 동반자라기 보다는 그저 가구와 같은 존재이다.
아내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낄 때도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 때.

하지만 아내는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맷은 죽음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는다.
그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아내가 불륜에 정신이 팔려 자신을 떠나기로 결심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하와이땅을 예정대로 팔게 되면
가장 큰 이득은 사업주인 아내의 불륜상대남이 보게 되는 상황.

평온하고 매일매일이 똑같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그 순간.
그저 익숙했던 아내는 갑자기 낯설고 질투심을 느끼게 하는 타자가 되어버리며,
지루하기만 했던 하와이땅은 그에게 조상들의 소중한 유산이 되어 돌아온다.

이 영화는 아내의 친척들과 불륜남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일정부분 로드뮤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꽤나 막장스럽게 전개될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흐르는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지루했던 대상들은 점점 낯설어지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딸들과 그의 남자친구는 점점 내 삶의 일부로,
나와 친숙한 존재로 변화되는 광경이 꽤 재밌다.

거대한 자본의 흔적이나 처절한 주먹은 없지만
느긋한 하와이의 풍광처럼 섬세한 감정의 결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삶이 간혹 나를 속일지라도, 내가 노력한만큼 되지 않더라도 뭐 어떠랴.
그런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인 것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덧1) 큰 딸이 매우 예쁘다 >_<

덧2) 거의 모든 음악들이 하와이 뮤지션들의 곡으로 채워져 있어서
       느긋하게 조지 클루니와 하와이 여행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