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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 사람들

DidISay 2012. 5. 30. 09:56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 가끔 타 게시판의 글을 원작성자의 허락도 없이
   그냥 가져와서 사용하는 걸 너무 많이 본다.
    
    단순히 인용이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원작성자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샷까지 해가면서
    공개적인 타게시판에 올리는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이건 무슨 마녀사냥도 아니고. -_-;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합리함에 대한 울분이 인터넷만 하면 터져나오는건지.
    문제는 이걸 왜 개인적인 차원에서 단죄하려고 하냔말이다.
    그 넘치는 에너지로 정말 화내야 할 일에 제대로 화를 내던가.

    예수가 그랬던가. 너희 중 죄 없는 자만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도덕이나 양심의 잣대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불법적인 일이 아닌 이상 
    그것을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인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불합리하다고 해서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타자화시켜
    마녀사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긋지긋한 그 수많은 -녀들을 생각해보면,
    피장파장으로 무개념한 수많은 -남은 왜 타자화되지 않는가.
    '-녀'가 생기고 우웅 하고 집단이 일어나 순식간에 신상 터는걸 볼 때마다, 
    다같이 미쳐돌아가고 있구나 싶다.

    고민상담하려고 올려놓은 게시판글을 아이디도 안지우고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건 진짜 무슨 개매너인지;;   

    내가 자주 들어가는 게시판에서 스샷한 글이라 보고 너무 어이 없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댓글 달아놨더니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지웠더라 
    변명할 용기도 없으면서 누굴 비난하겠다고 가져온건지, 진짜 못되먹었다.

    누군가가 마녀사냥을 두고, 디지털 파시즘이란 표현을 썼었는데
    파시즘은 민중의 절망을 먹고 자라나
    민중의 지지를 업고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이미 법이나 정치가 너무 썩어서 초법적인 행위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단죄를 해야한다고 믿는다면 도대체 민주주의나 법치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어떤 일이 벌어지면 문제점을 찾고 썩은 싹을 도려내고 고치는게 아니라
    길고 깊게 생각하기 싫으니 그냥 다 엎어버리자, 무자비하게 밟자는 식으로 
    매번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아쉽기 짝이 없다. 
    이러니 토론이고 토의고 성숙하게 진행될 수가 없지.
  
    루저녀를 밟아서 외모지상주의가 조금이라도 덜해졌나?
    마녀사냥으로 도대체 뭐가 변했는데?
    누군가를 짓밟았다는 집단적인 쾌감? 골목대장 놀이?-_-;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대신에 왕궁의 음탕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십사야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하고 있느냐고 놀린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위에는 서있지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때문에 일원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원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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