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시계탑, 서머타임, 그리고 휴가 본문
1848년 7월 혁명 당시, 파리 시민들에 의해 제일 처음 공격을 받은 것들 중 하나는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시계탑이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그 누구의 지시 없이 무작정 시계판에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혁명은 다른 모든 시간들을 정지시켜버린 채 그대로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사실, 당시 파리 시민들의 그러한 행동이 근대적 시간관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단절의 몸짓이라고 규정하기엔 조금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그저 몇몇 사람들에 의한 우발적인 행동일 수 있고, 치기였을 수도 있다. 아무리 시계판에 총질을 해댄다 하더라도, 시간은 계속 그 뒤에서 째깍째깍 흘러갔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사건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시계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사실, 당시 파리 시민들의 그러한 행동이 근대적 시간관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단절의 몸짓이라고 규정하기엔 조금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그저 몇몇 사람들에 의한 우발적인 행동일 수 있고, 치기였을 수도 있다. 아무리 시계판에 총질을 해댄다 하더라도, 시간은 계속 그 뒤에서 째깍째깍 흘러갔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사건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시계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모든 사고와 행동을 통제
근대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시계는 도무지 잴 수 없고 교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간을 수치화시켜 버리는 데 성공했고, 그에 따라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 또한 계량화시켜 버렸다. 인간의 노동능력은 분 단위로 측정되기 시작했고, 학습시간 또한 일정하고 세밀하게 규제되기 시작했다. 잠을 자고 식사하는 것, 심지어 섹스를 하는 것마저도 시간의 관념에 따라 통제되고 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근대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시계는 도무지 잴 수 없고 교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간을 수치화시켜 버리는 데 성공했고, 그에 따라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 또한 계량화시켜 버렸다. 인간의 노동능력은 분 단위로 측정되기 시작했고, 학습시간 또한 일정하고 세밀하게 규제되기 시작했다. 잠을 자고 식사하는 것, 심지어 섹스를 하는 것마저도 시간의 관념에 따라 통제되고 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에는 오직 두 가지 부류의 인간만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자와 또 하나는 시간을 허비하는 자가 바로 그들이다. 시간을 허비하는 자들은 사회의 골치덩어리가 되어 종내 죄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사회의 귀감이 되어버렸다. 한 인간이 생의 어떤 가치에 방점을 찍으며 살아왔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시간, 시간의 운용만이 그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권력자들의 입장에선 시간만큼 고마운 것이 또 없었다. 그들은 수시로 우리에게 ‘올해가 고비’라고 말했으며, 그래서 조금만 더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을 감내하라고 강요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휴가 또한 질 좋은 노동을 위한 충전의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휴가를 받으면 왠지 시간에서 해방된 기분에 휩싸여 밀리는 고속도로를 마다하지 않고 해수욕장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계속 버릇처럼 휴대전화에 달린 시계나, 자동차 계기판에 달린 시계를 쳐다본다. 왜? 그 시간은 그저 노는 시간이 아니라, 오직 노동에서 유예된 시간일 뿐이니까. 그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겁나니까.
정부가 서머타임제 시행문제에 대해서 여러 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다. 5공화국 이후 22년 만이라고 하는데, 그 제도의 장점과 효율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한편으론 입맛이 씁쓸해진다. 정부의 가치지향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그렇다. 시간에 기대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의지는, 인간을 그 시간 아래에 두겠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러니 권력자들의 입장에선 시간만큼 고마운 것이 또 없었다. 그들은 수시로 우리에게 ‘올해가 고비’라고 말했으며, 그래서 조금만 더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을 감내하라고 강요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휴가 또한 질 좋은 노동을 위한 충전의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휴가를 받으면 왠지 시간에서 해방된 기분에 휩싸여 밀리는 고속도로를 마다하지 않고 해수욕장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계속 버릇처럼 휴대전화에 달린 시계나, 자동차 계기판에 달린 시계를 쳐다본다. 왜? 그 시간은 그저 노는 시간이 아니라, 오직 노동에서 유예된 시간일 뿐이니까. 그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겁나니까.
정부가 서머타임제 시행문제에 대해서 여러 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다. 5공화국 이후 22년 만이라고 하는데, 그 제도의 장점과 효율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한편으론 입맛이 씁쓸해진다. 정부의 가치지향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그렇다. 시간에 기대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의지는, 인간을 그 시간 아래에 두겠다는 방증일 수 있다.
시간의 경계 벗어나기
그 옛날 할머니는 장에 갈 때마다 ‘저녁께’ 마중 나오라고 말하곤 했다. ‘저녁께’란 도대체 몇 시부터 몇 시를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어린 나는 오후 5시 무렵부터 신작로에 나가 할머니를 기다렸다. 어느 땐 2시간도 넘게 기다렸고, 또 어느 땐 기다리다 지쳐 터벅터벅 장터까지 할머니를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던가. 그저 할머니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이십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게 되었다.
시간의 경계를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본 자들은 이미 그 답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시간이란, 바로 그 시간들인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 할머니는 장에 갈 때마다 ‘저녁께’ 마중 나오라고 말하곤 했다. ‘저녁께’란 도대체 몇 시부터 몇 시를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어린 나는 오후 5시 무렵부터 신작로에 나가 할머니를 기다렸다. 어느 땐 2시간도 넘게 기다렸고, 또 어느 땐 기다리다 지쳐 터벅터벅 장터까지 할머니를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던가. 그저 할머니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이십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게 되었다.
시간의 경계를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본 자들은 이미 그 답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시간이란, 바로 그 시간들인지도 모르겠다.
-2009/08/08 한국일보,시계탑, 서머타임, 그리고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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