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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호텔 르완다.

DidISay 2012. 1. 22. 17:02




일요일에 날도 너무 덥고 피곤해서 나가고 싶진않고,

뭐를 할까 하다가 '호텔 르완다'를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좀 찾아봤는데

르완다 사태 도중에 있었던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르완다와 관련된 기사를 여러차례 본적이 있어서

두 종족 간의 갈등으로 인한 분쟁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한 것들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걸 보자고 결정.

 

 

영화 중간에 길거리 학살 장면을 촬영해 온 외신 기자에게

주인공인 폴이 그 장면을 보면 이제 세상 사람들이 알고 개입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는...'오 저런, 저렇게 잔인할 수가' ...

그렇게 말하곤 저녁식사를 할지도 모릅니다"이었다.

 

 

그걸 보고 얼마 전에 봤던 모 사설이 생각났다.

유태인 학살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대학생들에게 했는데,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은 유태인을 보호하거나

학살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거라고 대답해서 매우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막상 그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행동할 지 자신이 없지만,

그저 약육강식만이 존재할 뿐 나눔도 관용도 없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입이나 머리로 그저 얘기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기에 참 쉬운 일이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극복해야 가능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그걸 행한 주인공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덧) 주인공이 너무 자상함+책임감+사리분별 잘 하는 남편으로 나와서 >_<

모든 보호막이 사라진 후 대량학살 장면을 목격한 주인공이 아내를 위해 배려한 장면은 정말 감동적!

초라한 옥상이나마 초를 켜고 근사한 저녁을 만들어주려한 그 마음이 참 예쁘더라.

이거 보고 나니까 공원에서 저렇게 피크닉 하고 싶어졌다. ^^

 

 

 

 

 

 

+ 전에 책을 읽다가 너무 찡했던 부분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기억이 나서...

핵전쟁이 났는데 동굴에는 여섯밖에 들어갈 수 없다.

수녀,의사,맹인,교사,창녀,가수,정치인,물리학자,농부, 본인 가운데서

여섯명을 고르도록 학생들에게 그룹토론을 시켰다.

제일 먼저 나가떨어진 것은 예상대로 정치인이고, 만장 일치로 뽑힌 것이 본인이었다.

의외로 치열한 토론이 맹인 소년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동정보다 실리가 앞서야 한다는 그룹의 주장이 다수표를 얻으려는 순간,

평소 말을 심하게 더듬는 반대 그룹의 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전쟁의 피해가 가시고, 그 여섯이 새 사회를 세울 때 모두 제 일에만 매달리면,

다시 경쟁이 생기고 질투와 미움이 사로잡힐 것이다.

그러나 일단 받아들인 이상 이 눈먼 소년을 돌봐야 하므로
거기서 남을 위해 나를 바치는 희생의 가치를 저절로 배울 테니,
그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남을 돕고 함께 나눌 줄 모르는 사회라면,
그런 데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지 모릅니다."


-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