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스탠리의 도시락(2012, Stanley Ka Dabba) 본문
운동도 잘하고 타고난 이야기꾼에 머리까지 좋아, 친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탠리.
하지만 매번 집에서 밥을 먹는다며 도시락을 싸온적이 없다.
하지만 착한 친구들이 자신들의 도시락을 항상 나눠줘서 굶지않게 되는데,
먹보에 욕심쟁이 선생님 한명 때문에 스탠리의 몫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
이에 화가 난 아이들이 먹보교사를 피해 점심시간마다 숨어서 식사하는 과정과,
이를 찾아다니는 교사의 숨바꼭질이 이야기의 중심부를 이룬다.
아동의 노동력착취나 가난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코메디로 분류되어 있듯이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
요즘은 상상하는 것조차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천진한 아이들의, 더없이 착한 영화이다.
최신 핸드폰과 4단도시락 / 온갖 피멍과 물배채우기로 보여지는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격의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맑고 깨끗하다.
그리고 인도영화에서 가장 껄끄럽게 느껴지는 생뚱맞은 춤이나 음악들도 없어서 좋다.
다만 플롯의 개연성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너무 직설적이라 좀 촌스러운 면이 있긴한데,
영화 자체는 사랑스러웠다.
게다가 한국과는 많이 다른, 생소한 각종 도시락의 모습과
인도음식을 요리하는 모습들이 다채로워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각기 다른 교육스타일을 가진 선생님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분석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왼손잡이에 대한 상반된 반응은 어쩜 국적을 초월해서 그리 똑같은지;
다만 식탐 때문에 아이들이 스탠리에게 나눠주려는 도시락을 집요하게 뺏어먹고
스탠리에게 면박까지 주는 교사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는게 아니라,
나 같은 경우는 정말 너무 너무 화가 날정도였다. 영화 밖으로 끌어내고 싶은 -_-;;
스탠리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서 학교 밖에서 서성이거나 그저 물배를 채우는 모습들이
예전 한국의 가난하던 시대가 생각나서 참 기분이 이상했다.
개봉 당시에 무상급식지원과 관련된 그 지리한 논의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답답해졌었는데,
사실 경악하고 분노할만한 것은 영화 속에서 염치 없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먹는
얼굴 두꺼운 선생이 아니라 한국의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이다.
풍요의 시대라고 불릴만한 2012에 100명 중 6명의 아이가 결식아동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것도 우리가 숨쉬고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 한국에서. 정말 낯 뜨겁지 않나.
누가 이 아이들에게 나눔의 도시락을 빼앗아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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