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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북촌방향(The Day He Arrives, 2011)

DidISay 2012. 6. 16. 23:06

 


오랜만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프닝과 엔딩 때 흑백바탕에 어우러지는 원색을 띤 글씨의 조화가 멋드러졌다.

개인적으로 이 감독의 영화는 혼자 보는 것보다
친구들과 주인공에 대한 담화를 나누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말 보면서 어쩜 저런 찌질이가 다 있지. 하면서 짜증나게 하는
묘한 공감대 형성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여전히 사실적이지만 극도로 찌질한 남자들과
지식인이지만 어딘가 부족하고 현실성이 떨어져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대화는 정말 우리의 일상처럼 그리 단정하고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극적이거나 기승전결이 완벽하지도 않다.

어딘지 비논리적이고 불안한 균열이 엿보이는 일상과 대화.
마무리 되지 않은 사건들과 관계로 넘쳐난다.

이들 모두 나름대로 한 분야의 지식인들답게 말은 잘하고 그럴듯한 철학을 말하지만
결국 주인공의 일상은 만남-술-섹스-이별의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주인공은 서울에 있는 그 며칠을 여자들을 유혹하는 과정으로 참 알차게도 채워넣는데-_-;; 
공간과 시간이 바뀔 뿐 이들의 행동패턴은 동일하다.

마치 인간은 같은 행동을 영원히 반복할 뿐이라던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처럼,



난 사실 대놓고 반복해서 말하던 철학적인 대사들은
너무 작위적이고 생뚱맞게 느껴져서 별로였고, 
인물들이 서로를 유혹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나
일회성에 그칠 것이 뻔한 말들이 너무 웃겼다.

서로 거짓말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넘어가주는 
통속적이고 오글거리는 작업 멘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