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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카쉬인물사진전-한가람

DidISay 2012. 1. 22. 16:41

 



카쉬전을 보고 왔다.

사진전은 매그넘전 이후로 아주 오랫만이다.

인물사진의 거장답게 정치인,미술가,소설가,배우 등등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의 얼굴이 걸려있었다.

 

단순히 사진과 인물에 대한 설명만 있는게 아니라

그 사진을 찍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라든가

그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함께 실어놓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사진은..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 헤밍웨이

두 손을 꽉 맞잡고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헬렌켈러와 그녀의 벗

주체적 자아를 보여주듯이 등을 꼿꼿하게 편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제시노먼을 찍은 작품이다.

 

특히 제시노먼은 노래하는 모습이 아니라 정적인 모습을 찍었는데

눈을 내리깐 모습과 뺨에 나있는 상처가 어우러져서

인종차별을 뚫고 프리마돈나의 정상에 오르게 한 역량이 엿보였다.

 

파블로 카잘스가 바흐를 연주한 후 그 뒷모습을 찍은 사진은

사진 자체도 멋졌지만 얽힌 일화가 더 좋았다.

 

이 사진이 보스턴 미술관에 전시되었을 당시

한 노신사가 매일 이 사진 앞에 오랫동안 서 있자

큐레이터가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는 나무라듯이"조용히 하시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안보이는가!"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유일한 컬러 사진이었던 소피아 로렌은

톤다운된 붉은 색을 통해 그녀가 가진 열정적인 분위기나 성숙함을 표현하려고 했단다.

보통 그녀의 다른 사진들을 보면 풍만한 가슴이나 뇌쇄적인 표정을 강조한 것들이 많은데 이건 분명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주 현명해 보인다고 해야할까..잘 익은 무화과열매가 생각났다.

깊이 있고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달큰한 맛.
한 순간에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입안에 넣고 오래오래 되씹어야 단물이 배어나온다.
소품 사용도 좋고 그녀의 미소도 마음에 들었다.

예상치않게 사진을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라

왜그러지 라고 생각해봤는데...

아마 패션화보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얼굴이나

세월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조작 없이

지나간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잔주름과 자연스럽고 다양한 표정을

사진 속에서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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