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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페르난도 보테로전-덕수궁M

DidISay 2012. 1. 22. 16:43




토요일 오후...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은 탓에

주말에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르누아르전을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시립미술관에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덕수궁을 가기로 결정!

비오는 날 흙길 밟으면서 고궁을 걷는 것도 운치 있고..^-^

 

상대적으로 홍보를 덜한 탓인지,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 관람객이 북적이지않아서 오랫만에 여유있게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보테로의 그림들은 둥글둥글 화면을 꽉꽉 채워가는 화면구성도 재미있고 녹색,노랑,민트 색등 아주 고운 원색들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센스도 좋았다.

 

예전에 보테로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들 아주 넉넉하고 유쾌한 이미지라서 실제 화가도 잭 블랙 내지는 KFC 할아버지;;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의외로 너무나 이지적으로 생겨서 놀란 적이 있었다. 

다사롭고 위트넘친다기 보다는, 좀 꼬장꼬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노신사 같은 느낌 -_-;;

하지만 그가 그림 속에 깜짝 등장시킨 스스로의 모습은 또 둥글둥글한 모습이다 ㅎㅎ

 

정물들을 그린 작품들은 포크와 나이프가 모두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아주 귀엽고 친근한 느낌이었고, 제모를 하지 않은 여성의 모습이나 여장남자의 서커스단 그림은 굉장히 유쾌했다.

 

다만 정말 사람 머리통 몇배일 것 같은 수박그림은 좀 압박;;;

패러디 작품들도 매우 재밌었는데, 아쉽게도 모나리자를 재창조한 작품은 없었다.^^; 손발은 굉장히 작고 몸집은 큰 데다가 인물들의 표정들이 굉장히 독특해서 뭔가 캐릭터 상품들을 보는 느낌;;

 

1,2층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나니 밝고 유쾌한 공기가 가득 들어차는 것 같았다..그림을 다 볼 무렵에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고 하늘이 어두워졌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참 좋았다.

 

을지로에서 시청으로 다시 명동까지 천천히 천천히

오래오래 걸은 날. 다다미방이 그리워서 춘산에 갈까 했지만 비가 내려서 패스...

날은 흐려도 기분만은 톡톡튀는 츄파춥스 색깔처럼 영롱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