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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책 읽기

스노우맨(The Snowman)-요 네스뵈

DidISay 2012. 8. 17. 04:31

 

 

 

 

 

- 정원에 쌓인 눈에서 반사되는 빛 덕분에 창밖의 눈사람이 보였다. 눈사람은 외로워 보였다. 누군가 모자나 목도리를 둘러줘야 한다. 아니면 손에 빗자루라도 쥐어주든가. 순간 구름 뒤에서 달이 스르르 모습을 드러내자, 가지런히 늘어선 눈사람의 새까만 이빨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두 눈동자도. 요나스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쉬며,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 조약돌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눈은 그 집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요나스의 방을.

 

 

 

-해리는 베르하우스 바다표범을 생각했다. 번식기에 짝짓기를 끝낸 암컷 바다표범이 그 후의 번식기에는 두 번 다시 같은 수컷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 생물학적으로 불합리한 일이기 때문이다. 베르하우스 바다표범은 분명 똑똑한 짐승이다.

 

 

평소에 스릴러 소설을 아주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소개글에 나와있던 '눈사람'이란 소재에 대한 흥미로움.

그리고 다소 건조하고 차가워 보이는 그 분위기에 매혹되어서 구입했던 책이다.

어쩐지 눈의 여왕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요 네스뵈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

게다가 이국적인 이름이 나타내주듯이, 신화나 몇 편의 소설로나 접했었던 북유럽계의 작가이다.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로 뮤지션, 저널리스트, 경제학자(정확히는 증권 중개업)를 겸하고 있다는데

이런 이력 때문인지 소설 중간중간에 꽤 많은 음악들이 언급되어서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의 배경은 당연하게도 내내 겨울이며,

큰 줄기만 따지자면 한달이 채 안되는 기간에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계속 언급되는 하얀 눈의 이미지, 그리고 보통은 친근하고 동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눈사람을

살인의 이미지로 덧씌우면서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얀 눈과 붉은 피의 조합은 꽤 익숙하기도 한데, 우리의 범인은 피를 낭자하게 흩뿌리는 스타일은 아니셔서

저런 색채대조를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모던하고 깔끔한 설치미술쪽이시더라.

 

 

일본 범죄소설을 읽을 때 옥죄어 오는 듯한 촘촘함과 건조함과는 또 다른 그런 느낌.

그렇다고 미국판 소설들처럼, 섹스와 마약이 뒤섞인 자극적인 소재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흡입력이 있고, 보면서 피곤한 느낌이 덜하다.

 

게다가 캐릭터들도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느낌이 별로 없이,

하나하나 특징적인 개성을 부여해놔서 주인공 외에도 인물들을 마치 영화로 보듯이 어렵지 않게 그려낼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가 영화화 중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그럴만하구나 싶었다.

 

전반적으로 여자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좀 약한 느낌이라 아쉽긴 한데, 

주연격인 해리 홀레 반장 중심으로 돌아가니 뭐 어쩔 수 없다 싶기도 하고.  

 

 

독서모임 등으로 다른 책들을 먼저 읽느라, (이 책을 산 것이 벌써 몇 달전이니) 너무 늦춰지긴 했지만

그래도 두 번 집어들고 그 자리에서 반씩 나눠서 모두 다 읽었으니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