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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서 앤더 시티(cancer vixen)-마리사 아코첼라 마르케토

DidISay 2012. 8. 20. 00:12

 

 

 

 

 

 

내가 암에 걸린다면? 이라는 가정은 떠올리기 조차 찜찜한 질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암선고를 받은 순간 비장한 음악이라도 깔아주지만

현실에서는 수술과 재발위험, 그리고 가족과 본인의 고통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병이 '암'이니까.

 

당장 가족은? 치료비는? 직장은? 이후의 내 삶은?....끝도 없는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불치병이 아니면서도 불치병스러워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언제 전이될지도 모르며

무지막지한 수술 비용과 유쾌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울게 뻔한 지리한 치료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변에서 한두사람은 찾아볼 수 있을만큼 흔한 병.

머리빠짐과 멍한 눈빛과 무기력함으로 표현되는 병.

 

그 중에서 여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유방절제술이라는 무시무시한 과정과 함께 가는 유병암일 것이다.

이건 병 + 여성성의 상실을 상기시키니까.

 

 

 

 

이 작품은 '글래머'와 '뉴요커'지에 만화를 연재하는 마리사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식을 몇 주 앞둔 순간에, 그녀의 커리어를 좀더 탄탄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시기에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유방암선고를 받게 된다.

 

이 수술로 인해 그녀는 40이 넘은 나이에 조기폐경을 예감하고 

항암치료로 인해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는 아픔을 겪는다.

 

 

 

 

보통 암 환자를 다룬 작품은, 수기의 형식을 띄기 마련이라

칙칙하고 우울하며 진을 다 빼놓아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혹은 눈물짜내기를 위한 소품으로 사용되거나.

 

 

과장된 이야기 없이, 현실에서 갑자기 마주한 '암'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풀어나가고 있음에도.

이 이야기는 꽤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난다.

만화의 스타일이나 색상도 밝고 화려하며 다채롭다.

 

이 작가의 특징은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꽤 직관적이라,

시멘트로 가득찬 트럭을 통째로 주사로 맞는 느낌이라든가,

커다란 얼음으로 만든 액체가 온몸으로 빈틈없이 퍼지는 기분이라는 식으로 써놓아서

대충 얼마나 아픈지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는 것 -_-;;

 

 

다행히 그녀 주변에는 좋은 친구와 가족들의 현실적인 도움과 격려.

그리고 암수술 후에도 그녀 곁에 남아 충실히 지지를 보낸 반려자 살바노가 있었다.

암선고를 알리자마자 그녀에게 온갖 위로와 조언을 보내는 부분은 좀 부럽기도 했던.

 

 

 

제목처럼 '섹스앤더시티'를 연상시키는 그녀와 친구들과의 대화나

그녀가 삶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작품이 하염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9.11테러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나 미국 보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볼 때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 싶었던...암 치료하려면 2억이 훌쩍 넘게 들더라;; -_-;;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여성과의 관계들에서 오는 기싸움, 엄마와 딸의 관계,

우울함과 절망을 맥의 사랑스러운 립스틱으로 숨긴다거나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러 갈 때 옷이나 좋아하는 구두로 치장해 기분전환을 하는 등등

읽으면서 공감할만한 것들이 꽤 있었다.

검사 받으면서 입는 병원 가운의 길이나 색감을 평가해놨음 ㅎㅎ

 

그리고 암수술 과정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그녀가 겪었던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있어서

실제로 암에 걸리면 어떤 치료를 거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무조건 머리가 빠진다거나, 유방암= 100% 유방절제가 아니라는 것,

  간장과 녹차가 암환자가 피해야하는 음식이라는건 오늘 처음 알게 됨)

 

 

 

지금 영화 제작중이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완전 강추 감동 그 자체라고 할만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무력한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 마음에 들었다.

 

 

 

 

 

 

 

 

덧) 개인적으로는 왜 원제목을 저런 식으로 바꿔놨는지 이해가 안간다;; 

     저러니까 꼭 섹스앤더시티 아류작 같잖아 -_-;;

 

 

 

 

 

 

 

작가이자 실제 주인공.

작품에 등장했던, 프로포즈 반지와 푸른 아이섀도를 실제로 보니 어쩐지 반갑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