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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맛-바스티앙 비베스

DidISay 2012. 8. 20. 00:37

 

 

 

 

 

 

 

'염소의 맛'은 2009년 앙굴렘 만화축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받은 작품인데,

84년생 젊은 작가라 그런지 작품 하나하나가 꽤 감각적이다.

 

아직 뽀얀 피부에 굉장히 여리여리하게 생긴 얼굴인데,

순간의 감정이나 그 나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느낌들을

만화로 잘 풀어낸 것들이 많다.

 

이 작품은 염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즉 수영장과 관련된 추억을 그리고 있다.

첫사랑을 그린 작품이라, 읽다보면 같이 두근두근 거리게 하는 느낌이 드는 :)

 

1인칭 시점으로 소년의 눈에 들어온 수영장의 모습과 사람들을 그린 이 작품은

폴리나 때처럼 색도 종류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고 거의 수채화톤인데다가 

인물들을 그린 선도 간략해서 단조로울 법도 한데,

심심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색이 고운 영화의 한컷한컷을 보는 느낌이다.

 

수영장의 느낌을 매우 잘 살려내서 참 좋았는데,

특히 수영장 물색을 표현해 놓은 부분은 정말 >_<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수영할 때 보이는 희미한 천장의 빛번짐, 수영장 물의 냄새, 웅하고 울리는 공기 등을

1차원적인 그림으로도 아주 잘 표현해 내서 그 공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소년이 처음 수영장을 찾게 된 것은 척추치료의 일환이었다.

(소년이 코가 굉장히 크고 높게 그려져서 옆 실루엣이 나오는 장면은 조금 웃겼다 ㅎㅎ)

그저 지루한 치료의 한 과정이었던 수영이 한 소녀를 만나면서 즐겁고 기대되는 이벤트로 바뀌게 된다.

소녀의 실루엣이 아주 멋지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외모라 완전 감정이입하면서 봤다 -_-;;

 

수영선수 출신인 소녀와 우연하게 어울리면서

그는 소녀를 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영장을 방문하고 그녀를 기다린다.

건강해지는 몸만큼 소년의 두근거림도 점점 커져서 읽는 사람을 설레게 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보는 즐거움이 컸다.

(소녀에게 수영 코치를 받는 장면에서는, 소소한 수영팁도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 소년이 느끼는 풋사랑의 감정은, 고운 물빛이 가득한 수영장 안에서만 표현된다.

소녀가 물속에서 뭔가를 고백하는 장면은 대사 없이 그저 입모양만 보여줘서 아주 인상적인데,

작가가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것이라 끝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나이도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읽다보면 마치 내가 아는 사람들마냥 이들의 이어짐을 기대하게 된다.

 

숨이 막히는 수면 아래. 뿌옇고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수영장의 조명.

처음에는 두근거리고 두렵지만, 어느덧 상쾌하고 청량한 즐거움을 주는 공간.

그러고 보니 수영과 첫사랑의 감정은 매우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