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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남극의 셰프(南極料理人,2009)

DidISay 2012. 9. 29. 07:49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유쾌하고 재밌었던 작품.

 

실제 남극 대원이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셰프역은 사카이 마사토가 연기했는데, 아 정말 좋았다 :)

 

 

 

등장하는 요리 하나하나가 일상적이면서도 참 소담스럽게 예쁘다 싶었는데

'카모메식당'과 '심야식당'으로 익숙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작품이었다.

보는 내내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샘솟던 :)

 

 

 

 

 

 

 

작가의 경험담을 소소하게 펼쳐놓은 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이 담겨져 있어서 잔재미들이 곳곳에 숨겨 있었다.

 

 

 

 

영하 40-70도를 넘나드는 남극기지에서의 1년을 담고 있는데,

30,40대의 남자들 8명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남고 교실의 아저씨판 같기도 하고

말년병장들만 모인 군대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나름의 역할분담은 되어있지만, 모두 상부상조하며 지내는데

때문에 마치 친구와 가족처럼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기도 하고

티격태격 장난도 치면서 친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터넷이나 전화도 제한되어 있고,

물도 아껴써야 하는 극한의 장소.

 

높은 고도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찰 정도이고,

문밖에만 나서면 속눈썹마저 얼게 만드는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친다.

 

펭귀이나 바다표범, 세균조차도 살지 못하는

춥고 높은 장소이다 보니 할 수 있는 활동은 아주 소소하고

때문에 이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라면먹기 정도이다.

 

 

 

 

이들을 위해 8인분의 요리를 매일 준비하는 요리사의 마음은 엄마와 비슷해 보이는데,

허겁지겁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식탁에 놓인 그릇들을 싹싹 비워나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웃음짓게 했다.

 

밥그릇에 잔뜩 반찬을 쌓아놓고 먹는 욕심쟁이,

얌전하게 반찬과 밥을 깔끔하게 먹는 사람,

생선에 양념장을 잔뜩 부어서 먹는 취향에서

버섯을 골라 내는 편식쟁이까지

식탁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아저씨들을 다룬 영화들 중 이렇게 기분 좋은 영화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화면에 등장하는 대원들은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덥수룩한 털보에 가깝지만

한명한명 모두가 해맑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시작부터 엔딩크레딧의 비치발리볼 영상까지

모두 밝고 행복한 기운이 넘쳐나는 영화.

 

 

 

 

 

인상 깊었던 요리는.

엄청난 왕새우튀김, 눅눅한 닭튀김, 간수가 필요한 라면.

 

다정함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하게 기억되는 음식은

맛이 아닌 추억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