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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Carnage, 2011) 본문
동명의 연극을 영화한 로만 폴란스키의 신작.
지난번 씨네큐브에서 포스터를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아직 상상마당에서 하고 있길래 냉큼 보고 왔다.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레일리의 화려한 캐스팅.
영화내용과 홍보물의 내용이 정확히 일치한다.
11살 아이가 친구들과 다툼 중 막대기를 휘둘러 송곳니를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 4명이 한 곳에서 모이게 된다.
이들은 아이들 싸움에 어른들까지 휘말리지는 말자며
교양 있는 학부모답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미묘한 신경전과 말꼬리 잡기가 이어지면서,
결과는 뭐 점점 산으로 -_-;;
장소는 피해아동의 아파트와 복도가 전부.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저 4명이 전부라 잘 통제된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감정을 꾹꾹 누르고 교양 있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다가,
일정 시점 이후로 터져버리는 이들의 모습은 꽤 귀엽기 까지 하다.
싸우는 와중에도 온갖 명분을 갖다바르고
체면을 차리려는 모습도 웃기고 ㅎ
적과 동지가 입장에 따라 바뀌어가면서
연대와 갈등을 거듭하는 이들의 모습도 재밌었다.
일상생활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 그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한 일이기 보다는
저런 작은 말다툼이 점점 감정이 격해지면서 크게 번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미묘한 감정들을 잘 포착해서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인을 자신의 의견에 포섭시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심지어 부부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에 결코 완벽히 동의하지 못한다.
덧) 로만 폴란스키는 영화는 참 잘 만드는데,
아동 성추문 이후로 보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서정주의 시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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