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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DidISay 2012. 8. 27. 07:04

 

 

 

 

 

1. 씨네큐브에서 보고 온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의 작품인데 평이 워낙 좋아서 계속 보고 싶었던 영화다. :)

 

요즘 여성학쪽 서가를 뒤지다 보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모성에 대한 책들인데,

근래 들어서는 여성의 모성이 선천적이라거나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사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아무리 내 뱃속에서 나온 생명체라지만

처음 맞는. 나와 다른 타인이 갑자기 내 생활 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불쑥 끼어드는 것인데

이것이 마냥 즐겁고 희생해도 항상 기쁘고 애틋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그 탄생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면 더더욱.

 

그다지 문제 없어보이는 친척들 사이에도 케케묵은 감정의 부스러기라든가,

애증 비슷한 것들이 쌓이기 쉬운데 (그래서 명절에 꼭 친지간의 폭행사건이 한두건은 크게 보도되는;;)

가장 많이 마주치는 아이와 부모 관계는 오죽할까. 

 

아이의 탄생부터 결말까지 이어지는 긴장된 관계 패턴에 보는 내내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애가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게 만든 영화;;; =ㅁ=

 

 

 

 

 

 

 

2. 이런 영화는 보고 나면 찜찜하고 불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시종일관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데다가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보는 과정에서. 보고 난 뒤에도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충분한 느낌이라 참 좋았다.

 

케빈정도까진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통제불가능한. 인내심의 끝을 자극하는.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저런 상황을 한두번은 경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 모든걸 엄마라는 이유로 즐겁게 언제나 희생정신을 발휘하며 견뎌야 한다니..

갑자기 공포심이 현실적으로 몰려들었다.

 

가끔 아이에게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글을 보면서 의아한적이 있었는데,

난 아직은 저 모든 과정을 그저 내 아이라는 이유로 다 감내하면서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엄마도 사람인데, 지치고 피곤한게 당연한거지..

 

 

 

 

 

 

 

3.  아들은 정말....보는 내내 악마란 말이 저절로 머리 속에서 맴돌았음 -_-;;;

케빈은 좋은 탄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나 반어적인지;;;

 

'시'를 보면서도 그랬고,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보통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고를 치면 가장 비난 받는건 그 부모다.

아이 당사자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쑥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

 

 

지난번에 아이가 왕따를 주도했다는 소식을 들은 학부형이 올린 글에서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지금까지 아이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가정교육을 너무 잘못한 것 같아, 자책감이 든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경우 도대체 부모가 가정에서 뭘 어떻게 했어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이 안나왔다.  

 

 

 

 

 

 

 

 

4. 저 부부는 왜 도대체 대화를 하지 않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건 부부간의 협력인데, 막상 아이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를 하지 않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은 부부인데도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아이를 대하는 바람에

굉장히 이중적인 교육 방식으로 케빈을 키우고 있던.

 

그러다보니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크게 차이가 생겨서,

부부간의 갈등까지 생겨버렸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의외로 흔해서, 당장 주변만 봐도

아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아 집밖으로 아예 밀려나버리고

엄마와 아이들 사이에만 인간적인 유대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음..

 

이 영화에서도 아이와 주로 시간을 보내는건 엄마고,

아빠는 아이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알다보니 문제가 점점 커져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