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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 2011)

DidISay 2012. 11. 23. 03:39

 

처음으로 20초의 용기를 내서, 말을 걸게 했던 아내.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중 그녀가 병으로 죽자

집안은 균형을 잃고 엉망이 되어 간다.

 

벤자민 미는 모험과 온갖 위험한 일을 즐기는 사람이었지만,

이 슬픔의 간극은 메울 수 없었고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죽어가는 동물원을 살리는 것이었다.

 

 

 

 

깔끔한 포스터! 맘에 든다 :)

 

 

 

 

어릴적에 재밌게 했던 '주 타이쿤'을 생각하면서 봤는데, 예상외로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아주 따뜻하고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퐁퐁 솟아난다.

가볍게 가족들과 보면 좋을만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보는 내내 놀라울 뿐이었다.

세상에. 집을 샀는데, 동물원이 옵션으로 딸려 오다니 =ㅁ=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예상외로 아동틱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진심으로 어떤 대상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분좋을 정도의 훈훈함만 선사한다.

 

특히 화면을 참 예쁘게 잡은데다가,

아역들이 너무 훈훈해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

 

 

 

 

 

 

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캡처는 20초와 관련된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내에게 고백하는 회상신인데

내가 인상깊었던건 다른 장면이었다.

 

 

 

 

주인공 벤자민 미는 오랜 투병으로 힘들게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노트북에 저장된 그녀의 사진조차 빛에 노출되어 흐릿한 첫 장 외엔

넘겨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며 괴로워 한다.

 

이를 잊으려고 새로 이사온 집과 넓은 동물원에서도

죽어가는 호랑이 '스파'에게 아내의 기억을 투사하게 된다.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스파를

그는 계속 잡아두려 하지만,

어느순간 그는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스파의 죽음을 결정했을 때,

그는 드디어 아내의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떠나보내지 못했던 아내의 환영들이

사진 속의 눈과 입으로 움직이며 자신을 향해 미소짓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새하얀 사과마크 노트북만큼이나 보얗고 눈부셨던 그들의 기억과 순간들도

이제는 행복한 하나의 추억이 되어서,

그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은, 부엌 나무 바닥 저 너머로 차곡차곡 쌓였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고백을 하는 것도

가장 사랑했던 대상을 떠나보내는 것도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도

우리 삶의 크고 작은 모험이며,

20초 혹은 그 이상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가슴 아플지라도.

그 과정을 오롯이 견디고, 결과를 확인했을 때.

설사 바닥을 치더라도.

그 모든 것을 거쳐야 드디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주 타이쿤'에서는 동물원을 만들고 경영할 때

크고 작은 치트키가 존재해서,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한방에 해결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치트키는 존재하지 않는다.

선택도. 과정도. 결과도.

모두 우리 자신의 것이다.

 

행복과 불행의 키는

우리의 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