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늑대소년(a werewolf boy, 2012)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늑대소년(a werewolf boy, 2012)

DidISay 2012. 11. 2. 00:08

 

 

 

송중기처럼 오목조목하게 생긴 꽃미남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남자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할거라면 차라리 소지섭이 나오는 '회사원'을 보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게다가 제목도 늑대소년 모글리 생각이 나서 딱히 흥미롭지 않았고, 

한국 로맨스 영화도 질색하는 편이라 그냥 그랬던 상황.

 

덕분에 예정에 없던 영화였으나, 학생들이랑 같이 볼만한 것을 찾다 얼떨결에 예매하게 된.

하지만 막상 보니, 의외로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일단 보는 내내 이건 여성판 건축학개론이다 싶었다. 아니 조련학개론이겠네.

말 그대로 영화 시간 내내 폐병소녀 박보영의 늑대소년 조련하기가 펼쳐진다.

 

 

박보영-송중기의 조합이 아주 잘 어울리고

'너는펫'따위는 관심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쓰다듬어 달라며 얌전히 머리를 내미는 송중기의 자태에는 그저 탄성이!

아 이런 재미로 강아지를 키우나 싶기도 하고 -_-;;

 

묘하게 모성을 자극하는데다가, '늑대'에서 느껴지는 거친 수성(獸性)과 매치가 되면서 아주 좋다.

아니 저 쓰담쓰담이 저렇게 사랑스러운 것이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무조건적으로 나만 바라봐주고 어떤 상황에서나 보호해주고,

나를 위해서라면 죽음까지도 무릅쓰는 물불안가리는 거친 남자인데다가

쓰담쓰담을 원하는 순수한 열망의 눈빛이 상영시간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말도 못하는 짐승이라 행동은 거친데, 얼굴은 뽀얗고 눈은 순진무구.

덕분에 송중기 얼굴 클로즈업이 될 때마다 극장에서 다같이 한숨 같은 소리가;; ㅎㅎ

말 한마디 못해도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게다가 화면도 참 예쁘게 찍어서, 몇몇 장면들은 아주 대놓고 화보를 찍는구나 싶다.

의상이나 소품부터가 죄다 알프스소녀 하이디 스타일의 빈티지한 용품들이다.

저 시대에 저렇게 고운 유리주전자에 사랑스러운 퀼트이불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내용부터 화면까지 모두 예쁜 동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결말인데,

나만 바라봐주고 죽음도 불사하면서 끝까지 희생하던 첫사랑이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하며 안타까움을 남겨 잊지 못하게 하다가

내가 노인이 되어서까지 날 기다리고 있다니.

 

너무 판타지 그대로;;;

영화 보는데 여성관람객들 60%는 훌쩍거리느라 계속 눈물콧물 짜는 소리가 나더라.

 

 

게다가 난 꼬부랑 할머니인데 심지어 상대방은 늙지도 않았고,

내가 지금도 예쁘다고 말해주며 널 기다렸다고 말해주는;;; =ㅁ=

 

 

 

 

 

나오는 스킨십이라고는 그저 포옹하기 뿐이고,

손한번 제대로 잡질 않는데 그럼에도 아련하고 예쁘고 설레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박보영과 송중기 모두 참 예쁘게 나오고.

 

박보영은 신기한 것이, 사진으로 볼 때는 한번도 예쁘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영화 속에서는 참 사랑스럽게 표현되서 감탄하게 된다.

송중기도 대사도 제대로 없는 늑대소년을 아주 매력적으로 연기했고.

 

 

다만 남자라면 그저 하품만 나올지도. ㅎ

 

 

 

 

 

단점은 악역 설정이 너무 인위적이고 과해서,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와는 무관하게

'무리수인데'를 넘어서 좀 짜증이 난다.

 

 

 

 

 

 

덧)신촌 아트레온이 이상한건지, 원래 저렇게 찍은건지

너무 화면이 뿌연 느낌이라 볼 때 좀 불편할 지경이었다.

과하게 뽀샤시 처리를 한 느낌.

 

난 처음에 내 눈이 갑자기 나빠졌나 싶었는데,

깉이 본 학생들이 다 똑같은 말을 해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