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버스 안의 허밍 본문

스쳐가는 생각

버스 안의 허밍

DidISay 2012. 11. 27. 02:39

 

 

 

얼마전 먼 거리를 가야 할 일이 생겨서,

항상 그렇듯이 이어폰을 꽂고 버스 의자 깊숙이 앉아 있었다.

 

버스 안은 조용한 편이었고, 유난히 친절한 기사아저씨의 안내멘트 외엔

나지막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가 전부였다.

 

 

 

 

이 기사 아저씨는 유달리 친절하셔서,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괜시리 내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버스승객들 중에 취객이나 불친절한 사람들도 많을테고,

계속 한 자리에 앉아 운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버스가 코너를 돌거나, 몸이 불편해 보이시는 분이 앉을만한 낮은 자리가 없을 때

내리고 탈 때 모두 '천천히 하세요.' '조심하세요' 등의 멘트를 계속해서 말해주셨다.

 

꽤 긴 시간동안 버스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았던건,

이 분의 감탄이 나오는 친절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호대기를 하고 잠깐 차가 멈춰 있을 때

어디선가 굉장히 좋은 소리. 하지만 어딘가 낯선 소리가 들려와서

이어폰을 빼보니 그건 기사 아저씨가 부르는 노래소리 였다.

 

버스 안에 흐르던 팝송을 아저씨가 흥얼거리듯 부르고 계셨는데,

워낙 쨍한 시냇물 같은 맑은 미성이라

저절로 내 입꼬리에 웃음자국이 만들어졌다.

 

트로트를 따라 부르는 기사분은 종종 만났지만,

팝송을 이렇게 멋드러지게 허밍으로 따라가시는 분은 처음이라

예상치못한 깜짝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마치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모래산을 지나자 팡 하고 나타난 오아시스처럼.

 

 

 

 

 

 

 

이 흥얼거림을 듣다가 갑자기 기억난 것은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일화 중 하나이다.

 

 

 

미국의 유명한 금문교 톨게이트 박스 안에서 일하는 직원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돈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인 잭 캔필드는 궁금증에 대화를 시도했다.

 

 

“뭘 하십니까?”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파티라니요? 누구를 초대하셨나요?” 

“제가 제 자신을 초대했지요.”

 

 

얼마 후에 잭 캔필드가 그곳을 다시 통과하는데

예전에 그 톨게이트 직원이 변함없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돈을 받고 티켓을 건내주었다.

 

 

오늘도 파티를 열고 계십니까?”

“아. 물론이지요.”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파티를 열고 있지 않습니까?”

 “아, 저 사람들이요? 저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박스는 관(棺)입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4시 반에 퇴근하기까지 저 사람들은 관 속에 갇혀 있는 시체들이란 말입니다!”

 

 

“당신이 저 사람들과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요? 나는 중요한 사명이 있어요. 저는 댄스 교수가 될 것입니다.

저 사람들의 방을 잘 보세요. 저게 닫혀 있는 관이라면, 제가 서 있는 이 박스 안은 열려 있는 무대란 말입니다.

하루종일 춤을 추면 월급까지 주니, 이 얼마나 좋은 직업입니까!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은 멋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은

권태로운 일상을 지리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뜻밖의 기쁨과 활력소를 선사하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버스기사님의 경쾌한 허밍이 하루종일 내 머리 속에 맴돌았듯이.

그래서 급기야 이 글을 쓰게 만들었듯이..말이다.

 

 

 

 

 

감사합니다.

제 평범한 하루에. 한 점. 기분 좋은 흔적을 남겨주셔서 :)

오늘 들은 노래 중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