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간만에 라면. 본문
라면에 관한 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성석제씨가 쓴 수필이다.
그의 산문집 '소풍'에 들어있는 글인데, 라면에 관한 여러가지 추억들을 풀어놔서
마치 아빠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듯이 마음이 참 아련하고 흐뭇해진다.
이 책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는데, 어느순간부터 모의고사나 교과서에도 등장을 해서
아이들이 지루해할 것 같은 타이밍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가끔 수업시간에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배우고 나면, 어쩐지 허기가 몰려와 꼭 다같이 컵라면을 먹게 된다.
그것이 작가처럼 꿈과 추억에 대한 허전함인지, 진짜 배고픔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취생의 대표격인 음식이긴 하지만
막상 난 라면은 대충 때우는 느낌이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실제로는 시간에 쫓길 때 아주 가끔 먹게 되는 것 같다.
어제 좀 피곤해서 일찍 자서 그런지 새벽에 깼는데,
밖에 눈은 소복하게 쌓여 있어서 아주 고요하고.
바람은 창밖에 휭휭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흔들거린다.
간간히 돌아가는 히터랑 새벽공기를 가르는 자동차 소리들만 존재하는 시간.
요즘 보고 있는 북극여행기를 마저 읽고 싶어서 책을 꺼냈는데,
돌고래와 빙하가 등장하는 사진들이며, 오로라를 묘사하는 글들을 보고 있으니
따끈한 국물이랑 면발이 먹고 싶어져서 싱크대랑 냉장고를 뒤적거려서 신라면을 찾아냈다.
지난번에 시험 삼아 샀었던 부대찌개라면도 있긴했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별로;;
신라면을 굳이 찾겠다는 의지에 불타서 냉장고까지 뒤적뒤적(...)
없을 것 같아서 두근두근했는데, 마침 반개가 남아있었음.
후후. 신난다 ! ㅎ
내가 좋아하는 라면은 빨간색 홍고추랑 파를 송송 썰고
계란 없이 깔끔하게 끓인 것. 콩나물이 있으면 그것도 넣어줬을텐데 없어서 패스.
면은 꼬들꼬들하니, 살짝 덜익은 느낌이 좋다.
새벽에 빈속이라 속쓰릴까봐 어제 삶아놨던 계란도 곁들이고
엄마가 보내준 김장김치랑 같이 후루룩 호호 불면서 먹었다.
귤 하나 먹고 나니 배불러져서 야식이 아니라
그냥 아침식사가 되어버렸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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