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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2)

DidISay 2012. 12. 24. 04:39

 

 

주말에 보고 온 영화 레미제라블.

러닝타임은 2시간 반정도로 꽤 긴 편이다.

 

cgv의 sounddx처럼 음향이 강조된 곳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의 어떤 뮤지컬 영화보다도 노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데다가,

좋은 곡들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사운드에 따라 감동의 정도가 좌우될 듯.

 

 

 

 

인물 관계도는 아래와 같다.

 

기존 뮤지컬의 스토리와 음악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영화 역시 자베르와 장발장 두 주연의 리드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캐스팅의 장발장이 너무 좋았어서,

두 주연배우와 떼나르디에 역은 좀 아쉬웠다.

동시녹음을 한건 좋은데, 자베르랑 장발장의 음역대가 좀 안맞는 느낌;;

하지만 연기만은 다들 일품.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뮤지컬의 주옥같은 곡들은 거의 그대로 가져왔으면서도,

영화여서 가능한 소품들이나 배경들을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파리 학생혁명의 긴장감이나 꽃같은 죽음들의 비극성,

모발과 치아를 팔아 생계를 꾸릴 정도의 비참한 삶이 아주 잘 드러난다.

 

초반 감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죄수들의 모습이나

출옥 후에 장발장이 이동하는 황량한 산악지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생혁명 때 민중들의 붉은 깃발과 기병대 행렬의 대조,

배경으로 등장하는 웅장한 석조건물들의 조화도 일품이고.

원작소설에서 파리의 하수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길게 나오는데,

뮤지컬에서는 보여줄수 없었던 장면이라 이것 역시 새로웠다.

 

 

 

 

대체로 인물을 거대한 건물이나 조형물과 함께 배치해서 장엄한 느낌이다.

인물만 살리고 아웃포커스 처리해,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게한 장면이 많다.

 

주고 받는 대사는 거의 없는 상태로, 노래로만 진행되지만

이런 드라마틱한 화면 덕분에 일반 관객들도 별 지루함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레미제라블은 그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빅토르 위고를 프랑스 내 유명인사로 만들어준 베스트셀러였고,

미국 남북전쟁 때는 병사들이 가방에 하나씩 들고 다닌 소설이었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와 장발장의 주제의식이 너무나 닮아 있었기에.

 

이번 대선 결과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해서 더 눈물이 많이 났는데,

학생혁명 때 사용한 저 붉은 깃발을 보고, 혹자는 저들도 빨갱이라 칭할려나..

 

마리우스는 사랑하는 코제트가 있으나, 혁명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장발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구해낸다.

 

 

 

 

 

장발장은 결코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라고 내몰지도

그렇다고 결과에 절망해서 악행을 저지르지도 않고

묵묵히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

 

 

 

이를 통해 결국 감화된 자베르는 휘몰아치는 급류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높은 건물에서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을 걷던 그는

자신이 완고하게 믿어온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저 한발자국만 안으로 내딪어 함께 살아가면 되는데,

철저한 원칙주의자답게 와르르 무너지고야 말았다.

 

 

 

 

 

보수를 의미하는 자베르가 몸을 던진 하수구에서

민중의 혁명과 개혁을 의미하는 마리우스는 살아나 코제트와 재회한다.

혁명에서 겨우 살아남은 그는 귀족층인 자신의 조부에게 돌아가고,

가족은 그를 따뜻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념이 달라도 그들은 가족이고 결국은 서로 보듬어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의 의견까지 존중하고 가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설익은 혁명은 실패했지만, 민중들은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고

이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뚜렷한 기억을 남겼을 것이다.

비록 소시민적인 염려로 인해 그들을 지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의 죽음과 장발장 자신의 희생 속에서 남은 것은 사랑이다.

그것이 남녀의 사랑이든, 인류에 대한 사랑이든, 신에 대한 사랑이든.

모든 전후문학에서 인간을 구원하고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더라.

 

내가 사랑하기 쉬운. 사랑할만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가 멀리하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일단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붓에서 떨어진 한방울의 먹이 화선지에 서서히 번져나가듯이

그렇게 이 세상에도 부드러운 변화가 일어나길...

 

 

 

 

 

 

덧)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한 제작자 카메론 맥킨토시와 작곡가 클로드 미셸 쉔베르크

 

 

 

85년 당시 장발장 역을 했던 콤 윌킨슨은 신부님으로 나와서 보다 깜짝 놀람 ㅎ

매번 DVD영상으로만 보다가 스크린에서 보니 반가웠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