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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화혼(Soul Of A Painter, 1993)

DidISay 2013. 2. 22. 22:55

 

화혼은 중국의 여류화가 판위량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동명의 전기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다른 책을 읽다가 실려있는 그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중국영화였는데 장예모-공리 조합도 매우 좋았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근대여성화가의 삶도 말 그대로 드라마틱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도 충분히 흥미롭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삼촌에 의해서 팔려간 창기.

그리고 관리들에 의해 뇌물로 바쳐진 신세에서 첩으로 바뀐 신분.

이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해 프랑스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걸리게 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펼쳐진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이랄까.

물론 판위량 장보인은, 드라마틱한 삶보다 좀더 평탄하고 평온한 삶이었기를 바랐을 것 같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중국의 그저그런 평범한 여인으로 남았겠지.

 

 

 

프리다 칼로가 남편에 의해 크게 고통받았던 것과는 달리,

판위량은 첩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정신적 동반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삶을 살았다.

지적인 눈을 뜨게 해준 멘토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후원자이기도 했던

 

온갖 편견 섞인 비방 때문에, 비참하게 버려져 죽은 그녀의 친구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머무를 수 없었던 판위량 자신의 삶을 보면 참 안타까웠다.

 

 

그런데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

만약 오늘날 한국의 미술계에서도 만약 잘 나가던 여성화가가 화류계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교수직은 고사하고 작품 활동 역시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하니 좀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