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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LOVE,LOVE,LOVE-명동예술극장

DidISay 2013. 4. 15. 16:14

이선균-전혜진 부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러브,러브,러브.

마이크 바틀렛의 희곡에 이상우씨가 연출을 한 작품이다.

 

명동예술극장이 3층까지 꽉 찬 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깜짝 놀란;;;

첫 부부 출연이라 그런지 전석 매진인 느낌;;

우린 다행히 조기예매를 해놔서 1층 5열에 앉아서 봤다. ㅎ

 

이선균씨가 전혜진씨가 연기하는 모습에 반해서 사귀게 되었다는 멘트가

개인적으로 이 연극을 보면서 이해가 갔다.

다른 배우들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연기가 좋았다.

굉장히 마른 체격인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매력적인 >_<

 

 

 

 

저녁 7시반 공연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좀 일찍 도착했는데

오빠가 프로그램북을 깜짝선물해줘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랑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살펴봄. :)

역시 오빠님은 자상해 ♡

 

명동예술극장은 2층-4층에 벤치들이 있긴한데

(1층 좌석의 입구가 극장건물의 2층. 1층엔 안내데스크만 있어서 쉴 수 있는 곳 없음)

공연시작 1시간-40분 전에나 오픈하기 때문에 근처에서 놀다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지정좌석제라 늦게 간다고 좋은 자리 뺏길 염려도 없고;;

극장 내 카페는 너무 협소한데다가 메뉴들이 별로라 난 좋아하지 않는다.

 

 

핑크색 포스터며 프로그래북. 러브. 라는 제목 때문에

달달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훼이크.

 

이선균(케네스)-전혜진(산드라) 커플이 주축에 있고 그들의 시작과 변화과정을 다루긴 하지만,

이 연극은 60-9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유럽의 68세대의 삶과 변화를 다룬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커플들의 사랑이야기보다는,

히피처럼 살아가던 이 부부와 자녀들의 관계가 더 흥미로웠다.

 

 

 

 

한국의 운동권세대들이 거친 민주 항쟁 시기가 끝나고

오히려 더 보수적인. 기성세대의 틀을 공고히 하는 콘크리트가 되어버렸듯이

반전시위와 히피문화를 만든 유럽의 68세대 역시 서서히 기성세대에 편입해 간다.

 

반항과 자유의 세대였던 이들은, 이제 더이상 공동체 생활이나 음악에 취해있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들이 그렇게 거부하던 기성사회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들의 삶은 이전 세대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그것이 곧 올바름을 뜻하진 않았다.

또한 젊은이들의 학력저하나 이혼률, 공동도덕 등의 문제가 대두될 때면

68세대들의 방만함은 어김없이 비난을 받았다.

 

이 논쟁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공감이 됐던 이유는

선거철이나 88만원 세대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현재 한국의 세대갈등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우리 역시 20대의 무책임함과 무관심을 성토하고

젊은세대는 새벽부터 일어나 새누리당만 주구장창 찍어대는 노인층을.

이기주의와 물욕에 범벅되어 있는 기성세대들을 지긋지긋해한다.

 

민주주의와 평등,자유를 외치던 문학가들은 나이가 들면서 변해버렸고,

민주항쟁을 거친 세대들이 사회의 기득권이 됐지만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비정규직과 계층간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이제 68세대는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젊은 세대들은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 시절 환경과 자유를 외치던 이들은

결과적으로는 부유한 보헤미안으로 사회의 기득권을 차지하며

많은 연금 혜택으로 여유로운 삶을 산다.

 

반면 호황기를 한참 지나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40이 다된 나이에도 집,자동차 하나 없고

경제불황으로 인해 학력이 좋더라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

부모세대가 누렸던 연금이나 복지를 이들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교육은 커녕 결혼조차 쉽지 않다. 결혼과 출산은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한국의 현실 역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다.

 

 

 

젊은이들은 68세대가 경제호황의 단물만 빼먹고 입로만 그럴듯한 구호를 외치며,

우리들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말한다.

과연 당신들이 사회의 무엇을 변화시켰냐고.

 

68세대들은 내가 젊을 때는 너희와 같지 않았다며

너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지 않냐며

어른이라면 부모에게 기대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연인은 헤어질수라도 있지만

젊은세대와 기득권층은 부모와 자녀처럼 완전히 단절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음악취향부터 삶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모든 것이 다른 이들.

 

첫눈에 반해 지긋지긋한 권태와 염증을 느끼고

결국 노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 케네스와 산드라 커플처럼

이 세대들도 과연 언젠가는 화해하는 날이 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