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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안티고네(한태숙 연출)-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DidISay 2013. 4. 28. 00:15

 

 

2011년에 한태숙 님이 연출한 오이디푸스를 보고 정말 감동 받았었는데

그 뒷 이야기 격인 안티고네 역시 평이 좋아서 굉장히 보고 싶었더랬다.

 

그래서 다시 공연을 하지 않을까 계속 기다렸었는데

토월극장 리모델링 기념으로 다시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티켓오픈 하자마자 확인.

토월극장에서 연극 및 공연 패키지권을 팔아서, 공연들 한번에 예매하고 할인 받았다.

 

안티고네 역의 김호정, 크레온 역의 신구, 티레시아스 역의 박정자 님이 주축.

특히 박정자님은 오이디푸스 때처럼 여전히 생생한 에너지를 발산.

어찌보면 그리 비중이 높은 역이 아니데도 굉장히 강렬했다.

 

 

 

 

 

 

오이디푸스 일가가 무너진 뒤에, 크레온은 오이푸스의 부탁대로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각주:1]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나라를 훌륭하게 잘 다스렸다.

하지만 이 두 아들이 성인이 되어 번갈아가며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겨버렸다.

 

폴리네이케스가 일년을 다스리고 에테오클레스에게 물려줬지만,

다시 1년이 지난 후 에테오클레스는 플리네이케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폴리네이케스는 티데우스와 아드라스토스의 후원을 받아 형제의 난을 시작한다.


형제의 1차 교전은 크레온의 조언에 따른 에테오클레스가 작은 승리로 끝이 났고,

2차 교전이 시작될 때 에테오클레스는 폴리네이케스와의 일기토(一騎討)를 신청한다.

폴리네이케스도 충성도가 의심스러운 남의 병사로 싸우기보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둘은 죽을 힘을 다해 싸웠고, 그 결과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며 죽음에 이르게 된다.

결국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들에게 내린 저주가 실현되어버린 것이다.

 

대장을 잃은 두 군대는 허망하게 흩어져버렸고, 결국 섭정이었던 크레온이 테베의 왕이 된다.

크레온은 국가지상주의자로, 운명과 신의 법 보다 왕권과 제도화된 규칙을 강조하는 통치자였다.

정통성이 부족한 왕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지지했던 에테오클레스는 왕에 걸맞는 장례식과 무덤을 선사한 반면,

폴리네이케스는 국가에 위협이 됐다는 명목으로 들개들의 먹이가 되게 만든다.

게다가 누구든 폴리네이케스를 묻어주려고 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까지 내려버린다.

 

 

 

 

 

크레온과 정면으로 갈등하는 이는 바로 안티고네,

그녀는 오이디푸스와 어머니와의 근친 결혼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로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방황을 모두 겪고, 그 뒷처리까지 해야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인간의 존엄성과 신의 규율을 앞세우며

오빠를 땅에 묻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형을 당할테니 제발 그냥 넘어가자는 여동생의 부탁에도

그녀는 폴리네이케스를 묻어주려 시도하다 지하동굴에 갇히게 된다.

 

크레온은 그녀에게 죄를 뉘우치고 왕의 권위를 인정하면 풀어주겠다고 회유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를 공개적으로 거역하고 자신의 양심을 따른다.

 

 

 

 

 

팜플렛에는 그녀의 이런 행동이 자신의 눈먼 아버지 오이디푸스를 돌보던 그녀의 감정이

죽은 오빠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 연극 자체에서는 상호의존성이나 컴플렉스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연극은 인간의 존엄성.

양심과 권력에 관련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특히, 여성캐릭터들이 매우 인상 깊고 뚜렷한 개성을 지녀서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이디푸스 때보다는 덜했지만, 코러스의 웅장함도 일품.

희랍극 특유의 유장한 대사들도 좋다.

 

 

"두 눈을 도려내는 한이 있어도 난 굴복하지 않아!..신이여! 내 몫의 형벌을 받아 죽음의 신부가 되는 것이 내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허나, 내가 만약 옳고 저들이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면, 이토록 무참하게 나를 내리친 운명보다 더 무서운 운명이 반드시 저들의 몫이 되게 하소서!"

 

 

 

"태양이 날랜 수레를 채 한바퀴도 돌기 전에 당신은 자신의 혈육 가운데 한 명을, 그대가 능멸한 시신들을 위해 바치게 될 것이오!"

 

 

"왕은 변덕스러운 시민들의 뜻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들을 끌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게 왕의 할 이이다. 인간들이란 세상을 뒤엎을 것처럼 굴다가도배가 부르면 누가 누구를 죽였든 죽은 자가 어던 저주를 받았든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좀 아쉬웠던 것은, 크레온이 다소 약한 느낌이었다.

신구님 연기의 문제라기 보다는,

보는 내내 어쩐지 사랑과 전쟁의 목소리 톤이 떠올라서 ㅠㅠ

 

 

 

 

 

 

 

덧) 무대가 독특하게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고, 또 경사져 있는데

1층 보다는 오히려 2층 앞쪽에서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후반부에 안티고네가 벌로 지하동굴에 갇힐 때

무대가 아래로 푹 꺼진 상태로 갈라진 부분이 나오는데

1층은 자리에 따라 잘 보이지 않을 듯.

 

 

 

 

 

 

-대학생들이 수업 때문인지 단체로 왔던데 관람 태도가 진짜 -_-

 

지금까지 예전에서 공연을 몇십번을 봤는데,

공연 중간에 휴대폰 켜서 게임 하거나 검색하는건 처음 봤다;;

 

급한 용무 때문에 꺼내서 잠깐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내내 -_- 한명도 아니고 몇명씩;;

덕분에 공연 중간에 기겁함.

 

이따위로 볼거면 아예 오지를 말아야지.

무식한게 자랑도 아니고, 공연 보는데 계속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어렵다고 수다 떨지를 않나.

공연 중간중간에 계속 암전되고 전체적인 조명톤 자체가 어두운 공연인데

한명이 저렇게 하면 주변에 다 빛반사 되는걸 모르나보다.

 

옷으로 가려도 빛 다 새나간다고.

영화 보거나 공연 볼 때는, 제발 전원 좀 끄라고!!

 

-_-

 

 

 

 

 

 

  1. 에테오클레스&폴리네이케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