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콰르텟 (Quartet, 2012)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콰르텟 (Quartet, 2012)

DidISay 2013. 5. 4. 17:52

화창했던 노동절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영화 :)

평온한 휴일에 어울릴만한 작품을 찾다가 골랐었다.

 

은퇴한 음악가들이 모여사는 일종의 요양원 비첨하우스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갈라콘서트를 열게 된다.

 

영화는 갈라콘서트를 한창 계획 중인 배우들을 비춰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마다 오페라 가수, 연주가, 지휘가, 음악감독 등로 활약했던 이들은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과 정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사실 그 때문에, 한번의 갈라콘서트로 이들의 재정난을 극복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화면은 온통 밝고 경쾌하고 우아하다.

 

비첨하우스는 건물 안팎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런 곳이라면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D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노인 배우들이 출연진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때문에 다소 밉상이거나 민폐투성이인 인물들의 행동도 어느정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게 하고

젊은이들이 한다면 너무 구태의연해 보이는 대사들(우리에겐 내일이 있잖아 류의)도

오히려 독특한 느낌으로 전달되게 한다.

 

아름답고 밝은 클래식들도 듣기 좋고,

어두운 구석 없이 무탈하게 흘러가는 영화 속 줄거리도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주연이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우리의 슈퍼스타 소프라노 진.

참 사람의 성격은 나이 든다고 바뀌는게 아니구나 싶고 -_-;;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는 연애의 법칙이 떠올랐;; =ㅁ=

 

저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 나는.

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사랑은 어떤 느낌일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실 영화 자체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 흘러나오는 엔딩크레딧이었다.

 

작품 속 배우들 20여명 정도가 실제 음악가였는데,

이들의 젊을 적 전성기의 모습과 영화 속 출연 모습을 견주며 보여주는데

갑자기 찡해지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저 주연배우들 4명은 배우들이라 실제 공연 장면이 나오지 않아 좀 아쉬웠지만,

이들의 달라진 얼굴들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충분히 좋았다.

 

근래 봤던 작품 중 가장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