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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 앤 위스퍼스 (Cries and Whispers)- 해오름극장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 (Cries and Whispers)- 해오름극장

DidISay 2013. 5. 5. 22:57

 

국립극장 해오름의 첫번째 해외초청작으로 선택된 '외침과 속삭임'을 보고 왔다.

 

잉마르 베리만의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감독과 여배우들이 이 영화의 리허설에 참여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다소 실험적이고 독특한 내용의 작품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 받은 비닐로 신발을 감싸고 무대로 들어가면

모든 남자역을 도맡을 베르히만 역의 남자배우에게

약 10분 동안 주연 여배우들의 역할과 성격을 소개받게 된다.

 

그 뒤에 다시 본무대로 이동하면, 무대 위에 설치된 좌석이 나오고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안드레이 서반 연출에 루마니아 클루지 헝가리어 극단이 공연했는데,

덕분에 전 공연 내내 프로젝터를 통해 영어/한글 자막이 제공되었다.

 

무대는 당연히 온통 핏빛으로, 존재하는 색은 검정, 흰색, 붉은 색 뿐이다.

강렬한 색채 대비 때문에 작은 조명의 변화로도 굉장히 드라마틱한 느낌을 줬다.

 

 

내용 자체는 영화 원작과 거의 흡사한데,

다만 리허설이라는 설정 때문에 중간중간 농담이나 가벼운 대화를 통해 긴장을 풀어주는 부분이 있었고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연극의 특성상 좀더 생생한 느낌 + 몰입의 방해로 객관적인 느낌을 동시에 줬다.

 

연소자관람불가라서 내용이 너무 어두워서 그런건가 싶었는데,

여배우들의 상하체 노출이 좀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약간 당황했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불만에 차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서

매우 격정적이고 고통스러운 느낌이라

가족과 함께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극은 아니다.

 

연극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내용이나 스토리 전개가 난해하고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심해서 아마 어렵게 느꼈을 것 같다.

 

근래 본 연극 중 색과 조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격정적이고 인상적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