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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The Sessions, 2012)

DidISay 2013. 5. 24. 03:57

38세의 마크 오브라이언은 뛰어난 시인이자 명문대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독신남성이다.

그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성관계는 고사하고, 자위 경험조차 없는 숫총각이라

샤워 중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정을 하고야 마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결국 그는 견디다 못해, 성당의 신부를 찾아가

'죽기 전 섹스를 해보고 싶다'고 고백하고 섹스테라피스트를 찾기에 이른다.

 

마크가 이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그가 6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얼굴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신체부자유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힘으로 목욕을 하거나 이동할 수 없고,

전화를 거는 것도 입과 연결된 막대를 사용해야 한다.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라고는, 자신을 도와주는 도우미와 신부가 고작인 그에게

얼마남지 않은 삶에서 '사랑'이나 '성'은 중요한 문제이자 고민거리였다.

사실 그가 원했던건 '섹스' 그 자체라기 보다는, 사랑을 주고 받을만한 누군가.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섹스테라피스트는 돈을 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행하는 직업인이었지만

얼마전 한국에서도 '섹스 볼란티어'라는 이름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도우미에 대한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노인의 성 문제 만큼이나, 도외시되고 불편해하는 것이

이 장애인의 성문제인데 실제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도 얼마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갔을지가 꽤 궁금했다.

 

 

과연 이들은 '매춘부'와 무엇이 다른가?

이들의 존재가 정말 필요한가?

라는 물음은 이 영화에서도 주된 화두가 되어 등장한다.

 

덕분에 올 1월에 개봉했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소재 자체가 좀 불편하거나 민감할 수 있어서 누군가와 같이 가서 보기도 애매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이제야 찾아보게 되었다.

 

 

 

불편하거나 너무 야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외로 영화는 야하다기 보다는 온화하고 유쾌한 느낌이었다.

 

주인공들의 연기가 아주 돋보였고,

등장 인물들이 참 사랑스러워서 꼭 안아주고 싶었던.

 

 

 

마크는 섹스치료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누군가와 교감하는 기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다른 이성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말 그대로 '치유'와 '발전'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마크(존 혹스)의 관점 외에도,

섹스 테라피스트(헬렌 헌트)의 입장과 고민들 역시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마치 산부인과나 비뇨기과처럼 성적인 문제들만을 치유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심리상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여기서도 그대로 발생되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 이런 진지하고 구체적인 접근이 가능했던 것은,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 주인공 마크가 겪었던 일을 기술한 에세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라

주인공들의 거치는 심리상태나 일들이 하나하나 참 현실적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성'을 자원봉사의 형태로 제공한다는 것에는 회의적인 편이고,

지체부자유자들 사이에서도 저 문제로 꽤나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감정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아마추어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성'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직업여성을 투입시키는 것도 좀 아닌 것 같고;;

 

 

한국에도 저렇게 전문적인 성 테라피스트가 있다면 좋을텐데.

만약 그렇다면 '신체부자유자' 외에도 성과 관련된 문제를 겪는 다른 사람들도

좀더 자유롭고 직접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좀 다른 이야길 하자면,

한국의 매춘산업은 거의 최고수준이라고 할만큼 발달되어 있는데,

섹스리스 부부의 비율 또한 그만큼 높으니까.

어떻게보면 정말 코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