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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신촌 버티고타워

DidISay 2013. 6. 1. 23:51

 

평이 워낙 좋아서 궁금했던 '어둠 속의 대화'

예술의 전당인가에서 할 때부터 갈까말까 하다가,

신촌에 상설전시관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가격은 1인당 3만원.

생일할인&4인 단체할인이 있으니 참고할 것.

 

1988년부터 시작되어서 전세계 7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는데

90분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물, 나무, 바람 등등을 체험하는 전시다.

1시간 30분이면 좀 길지 않을까 싶었지만, 빛 하나 없이 어두운 공간에 있으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가서 실제 체감시간은 3,40분정도.

 

 http://www.dialogueinthedark.co.kr/index.nhn

 

(이미지들은 구글검색)

 

미리 간단한 안내를 받고 나면 8명씩 짝을 지어서 어둠 속으로 이동한다.

넘어지거나 위험할까봐 조금 무서웠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로드마스터님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신데다가

경로 자체에 위험할만한 것들이 없어서 안전사고는 안심해도 될듯.

 

(힐을 신었다면, 슬리퍼를 빌려주시니 말해서 갈아신을 것.

위험해서라기 보다는 잘못하면 앞이나 뒷사람 발 밟을 수가 있어서 '-'

90분 내내 걷는게 아니라, 앉는 시간이 더 길어서 다리가 아프거나 하진 않다.

안경이나 야광시계도 모두 사물함에 넣고 입장하게 된다.)

 

 

 

이 전시회는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녀야해서, 말그대로 커플을 위한 전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의지할 건 옆사람 뿐이라 자연스럽게 호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듯.

혼자 가거나 홀수로 가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커플이나 소개팅 3,4번정도 만난 사람들끼리 오면 딱이다 싶었는데

실제로 8명 중 2명은 친구사이. 나머진 모두 커플이었음 ㅎㅎㅎ

 

나도 계속 손을 잡거나 오빠가 등뒤에서 안아주면서 이동했는데,

소소하게 장난도 치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대화를 하니까

기분이 굉장히 새롭고 두근거렸다. :D

 

이 사람의 목소리는 움직임에 따라 이렇게 변하는구나.

팔이나 등은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익숙했던 존재에서, 낯설게 인식되는 순간.

 

 

 

 

게속 이동만 하는게 아니라, 쉴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중간중간 재밌는 체험같은 것이 계속 있어서 좋았다 >_<

우린 쿵짝이 딱딱 잘 맞아서 매우 좋았음.

 

어둠 속의 마트에서 옆사람과 비슷한 물건을 골라오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오빠는 거품기를 골라온;;;

 

그래서 왜 이걸 골랐냐고 로드마스터님이 물어보시니까(나도 궁금했음;;;)

예쁜 거품방울이 기분좋게 해주는처럼, 항상 자기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해서..

난 순간 당황함 -ㅁ- 덕분에 사귄지 100일 안된 커플로 오해 받음(....)

 

서로 알고지낸 기간 말하니까, 남자분이 로맨티스트 같다고 ㅋ

이런 속얘기 대놓고 말하는거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편인데

아마 민망해서 얼굴 붉어졌겠네 싶었다, ♡

 

 

 

 

 

90분이 다 끝나고 다시 통로로 나오면

갑자기 환한 빛에 말 그대로 눈이 부셔서 잠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언제나 이런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많은 불편함과 위험이 있겠지만,

이상하게 체험 하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애써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도 없고

그저 온 감각에만 집중해 이야기를 하면 되는거라

오히려 대화가 진정성 있는 느낌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