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연애의 온도 (2012)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연애의 온도 (2012)

DidISay 2013. 6. 10. 02:16

사귀다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헤어질 때는 모두 같다고들 하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모든 사랑의 형태는 비슷한 면은 있을지언정 똑같지 않고,

내게는 너무 착한 사람이었던 그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 속 악마버튼을 누르게 하는 '개놈'일수도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천사'라 생각되는 그녀 역시 누구가에겐 '썅년'일수도 있고.

 

 

운이 좋았던 것인지 끼리끼리 만나서인지

내 연애사에는 상대방이 소위 '진상짓'을 한다거나

서로 소리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서 난리법석을 떠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상호합의나 조용한 대화-통보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일정부분 영화에 공감이 간 이유는

연애의 시작과 모습은 저마다 달라도 그 끝에서 느껴지는 미련과 씁쓸함은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헤어질 때 평온한 모습으로 끝이 났더라도,

길거리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이나 불면의 밤까지 얌전하진 않았으니까.

 

 

연애의 온도는 한 연인의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는

이 반복되는 과정을 꽤나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보통 주변에서 '너네 또 만나?'라고 한소리를 들을 법한 그런 커플.

이제 볼거 다 보고 ,겪을거 다 겪어서 사랑인지 애증인지 모를 그런 관계다.

 

덕분에 달콤한 연애의 과정은 과거의 추억이나 사진으로만 등장하고

영화 대부분은 커플들의 해묵은 감정싸움과 눈치보기,

가슴앓이와 '찌질이처럼 행동하기'로 점철되어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헤어진 연인들의 모순되고 비논리적인

미친 감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말과 행동 다르게 하기, 스토킹하기, 자존심 때문에 허세 부리기 등등. 

 

(특히 이민기 캐릭터는) 현실에서 마주치면 진상에 굉장히 짜증나는 캐릭터일텐데

훈훈한 두 배우의 모습 때문에 그럭저럭 '찌질한 맛'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김민희는 화장기가 거의 없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너무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오는 :)

 

물론 영화에서 등장하는 직장생활은 매우 막장스럽고 판타지에 가깝다.

실제론 저렇게 행동하면 진작에 짤리거나 좌천됐을 듯. -_-

 

 

 

지난 연애사를 돌이켜 보면,

헤어졌을 때 해방감과 기쁨 -_- 때문에,

미련이나 그리움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았던 사람이 있기도 했고,

헤어진 뒤 감정이 너무 절절해서 심장이 녹아버릴 것 같은 연애도 있었다.

 

때문에 어릴 적엔, 내가 그 사람을 어느정도의 농도로 사랑했는지는

사실 헤어지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냥 생각하기엔 당연히 더 많이 사랑한 후자가 나을것 같지만

막상 저런 경험을 몇번 하고 나면 그냥 무덤덤한 사랑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감정에 무뎌지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관게를 맺게 되는 것은

파릇파릇한 나이에 너무 상처받고 데인 경험이 많기 때문일게다.

 

그런데 더 웃긴건, 저렇게 아프게 힘들게 헤어지면

다시 만나보고 싶은 미련 역시 그만큼 크다는 것.

 

그래서 사귀는 과정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이별이고,

그 끝에서 보여지는 것이 진짜 그 사람의 됨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더라도

그 두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나 성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서로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다시 잘될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연애가 끝이 나고 시간이 흘렀을 때, 그 시기는 저마다 달랐지만

상대방에게 연락이 언제나 왔었고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기곤 했다.

어떤 사람과는 망설이다 다시 시작을 했고, 누군가와는 단호하게 끊었지만

다시 만남을 시작할 때 또 헤어질 확률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진 않았다.

그저 지금 내 마음 속에 가득찬 감정에 충실했을 뿐.

 

 

 

그 판단들이 언제나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어찌되었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후회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미련은 남지 않았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아파서 울고 밥도 못먹고 수척했던 기억이

이제는 마음 한귀퉁이에서 희미하게 떠다니는 '추억'이 돼버렸더라..

 

 

'보잘 것 없이 평범했지만, 그 어떤 영화처럼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추억'

 

 

 

 

 

덧)시사회장에서 김민희가 입은 화이트 원피스.

라인이 너무 예뻐서 비슷한 디자인으로 사려고 계속 찾는 중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