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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우리 동네-만남의 장

DidISay 2013. 6. 14. 15:02

 

 

평소에 주로 오가는 버스 정류장은

우리집에서 5-8분정도의 거리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은 내가 이사왔을 당시엔, 망해가는 빵집이었고

그 뒤엔 신당동 스타일의 떡볶이집이 생겼더랬다.

그러니까 오늘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 '정류장 앞 상가'에 대한 것이다.

 

 

 

 

빵이나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베이킹 배운 뒤론 더더욱 꺼리게 되어

빵집은 미처 내가 가볼 틈도 없이 운명을 다했다.

 

하지만 떡볶이. 그것도 전골 떡볶이만은 내가 광팬이라

거의 3,4일에 한번 꼴로 가서 포장해오는 바람에-_-

머리 희끗한 할주머니(할머니와 아주머니의 중간)께서 내가 오면 항상 서비스를 더 주셨다. ^^;

그런데 내 정성이 부족했는지 반년쯤 지나니까 망해버림(...)

 

그래 애초에 이 동네에 이런 떡볶이집이 오래 갈리가 없지...싶었는데,

그 다음에 새로 문을 연건 치킨집이다.

이 동네도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동안 알게모르게 꽤 변했구나.

 

 

 

 

애초에 회사원들이 회식 때 이용하기엔 너무 작은 규모고

그렇다고 유명 프랜차이즈도 아니라서 오래 갈까 싶었는데

의외로 1년이 훌쩍 넘게 그럭저럭 가게 안에 손님들이 복작거린다.

 

정류장 바로 앞이라 매일 오가면서 살펴보니

주로 내가 사는 동네주민들이 가볍게 야식을 먹을 겸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여의도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거의 도시 전체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일 때가 많아서

아침과 점심, 저녁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또 어디론가 바쁘게 사라져버린다.

때문에 주말에는 가끔 방송국 차량이 촬영하는 일이 아니라면

북적이며 번다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나도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진 않는 편이라

늦게나 집에 들어오니 가끔 이 동네에 사람이 몇이나 살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치킨집에서 느슨한 옷차림으로

허허실실 웃으며 닭날개를 뜯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정다운 느낌이다.

 

 

 

바로 앞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또 멈춰서길 반복하다 보니

치킨집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마치 대합실 안의 만남의 광장처럼...

 

오늘도 어떤 중년의 남자가 설레는 눈빛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확인하며

부인에게 전화하는 것을 보고

참 로맨틱한 부부구나란 생각을 했다.

 

 

지난번엔 내 앞에서 내린 피곤한 기색의 아주머니가

우연히 학원건물에서 나오는 아들을 마주치고

함께 치킨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환한 웃음을 피어내고서.

 

어느날인가는 분홍색 튀튀를 입은 새침한 계집아이가

아빠의 손을 흔들며 치킨을 사달라며

질질 끌고가는 것을 보고 웃은 적도 있다.

 

 

 

 

어찌보면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

삶의 유일한 교차점이라면 나와 한 구획에 산다는 것 정도의 사람들인데

이런 정다운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내 피로까지 가시는 느낌이 들어서

어느새 내 일상의 사소하지만 기쁜 순간이 되어버렸다.

 

나도 가끔 이 치킨집 앞에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곤 한다.

그도 누군가처럼 환한 웃음과 설레는 눈동자로

나를 기다려줬으면...하는 소망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