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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그때 그 분식집.

DidISay 2013. 1. 18. 20:14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보통 명절이나 주말에나 시간을 내서 찾는 편이라

평일에 이 고장을 찾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일 것이다.


아주 한적한 혹은 다소 들떠있는 느낌의 거리만 보다가

일상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떤 골목을 보면 내가 매일 걷고 달리던 그 모습과 쏙 빼닮았는데,

또 어떤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 생기기도 해서, 낯설게 느껴진 것이다.



휴가를 내고 온터라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근처로 걸어가봤는데

아직까지 내가 다녔던 학원건물이며 그 앞의 분식집이 그대로 있었다.


학원명은 이미 바뀐 상태라 조금 실망을 하고

분식집에서 식사를 할까 하고 설핏 봤더니

세상에..초등학교 때 그분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계시더라...

 

 


 

비평준화지역이라 중학교 때도 학원에서 11시가 다되어서 집에 갔었는데

저녁을 집에서 못먹으니 엄마가 항상 이 분식집에 5만원 10만원씩 돈을 맡기시고

식사 때마다 차감하곤 했었다.

 

덕분에 거의 3년 내내 매일 얼굴을 보던 분이라

매일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주는 사람에게 느끼는 특유의 정을

이곳을 갈 때마다 느끼곤 했다.

 

 

 

나와 친구들은 이곳의 단골 중의 단골이라,

고등학교 때도 종종 찾아가면 몇국자씩 듬뿍듬뿍 떡볶이를 얹어주시곤 했다.

가게 안에 포근히 퍼지는 오뎅국의 뽀얀 수증기.

온갖 재료들이 튀겨지는 소리가 좋아서 꽤 먼거리에서도 일부러 이곳으로 향했다.

 

첫사랑과 싸워서 화가 났을 때,

대학 합격을 알게 되었을 때

친구들과 달려간 곳도 여기였다.



 

 

하지만 대학교 때 서울로 온 뒤로는 한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 앉으니,

아주머니가 보자마자 놀라시면서,

아 우리 **가 이젠 아가씨가 되버렸네 하셔서

울컥 하고 눈물이 나버렸다.


결국 아주머니가 주신 다 못먹을게 뻔한 엄청난 양의 떡볶이를 앞에 두고

훌쩍훌쩍 울면서 지금까지 지낸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이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등너머로 사라져버렸는데

이 작은 장소만은 그대로라는 것이 너무 고마웠던 것이다.



아주머니도 그 곱던 얼굴에 주름이 많이 느셨던데, 마음이 짠하다.

제가 결혼할 때도 꼭 알려드릴테니 오래오래 계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