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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해피 이벤트(Un heureux evenement , A Happy Event, 2011)

DidISay 2013. 6. 19. 02:18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목격되는 출산 장면은

끈을 잡아 당기며 악을 쓰면 곧 아이가 태어나고,

밖에서 남편이 초조하게 좀 돌아다니다보면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출산할 때 일가족이 함께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성교육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합쳐지는 모습이나 합쳐지기 까지의 과정만 알려주므로

실제 임신의 과정이 어떤지, 그 뒤의 겪게되는 육체,심리적인 변화는

사실 관심이 있어서 따로 찾아보거나 직접 출산을 겪기전에는 알기 쉽지 않다.

 

나도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나, 주변에서 보고 들은 얄팍한 이야기들이 전부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와닿을만큼 무언가를 접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풀어놓은 영화가 있으니

바로 '해피 이벤트' 이다. 무려 로맨틱 코메디이지만, 연애,임신,출산,육아를 대놓고 보여준다.

배우가 실제 임신한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디테일하다.-_-v

 

호들갑스럽게 심각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딱 현실의 밀도만큼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영화의 원작소설이 작가의 실제 경험을 담고 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이 영화는 섹스를 하기 전 커플이라면 꽉 봐야하고,

결혼전후의 커플이라도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지간한 성교육 비디오보다 더 피임에 효과적일 듯 (...)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정말 현실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출산 전후의 부부에게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반성하게 만들 것이고.

 

 

 

 

 

 

이렇게 달콤달달하게 만났던 연인들.

남자는 타란티노를 꿈꾸는 비디오가게 점원이고, 여자는 촉망받는 철학과 대학원생이다.

연애의 과정은 꿈과 같고 세상은 두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듯 아름답다.

처음 연애시작할 때 한컷한컷이 너무 귀여워서 저절로 웃음이ㅎㅎ

 

 

하지만 임신 후 두 사람에게 지옥이 펼쳐지니..

잡지 속 모델들의 자태는 임신을 해도 배만 나왔을 뿐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그저 구역질을 반복하는 지친 산모일 뿐이다.

 

주변사람들은 온갖 오지랖을 보여주며

태교며 출산을 위해 이것저것 할 것은 많은데 그저 난 지치고 우울할 뿐이다.

출산과정도 어찌나 리얼하게 보여주는지, 보는데 내가 다 막 힘들었음;; =ㅁ=

 

지치고 고된 출산이 끝나고 이제 좀 해방이 오나 싶었는데

이제 아기가 괴롭히기 시작한다(....)

 

 

 

 

남자는 더 넓은 방을 구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일찍 회사로 나간다. 

여자는 커리어를 이어가려 했지만, 교수에게 바보가 되었다는 비아냥만 받게 된다.

육아법은 너무 천차만별이라 누구의 말이 옳은지도 구분하기 어렵고

모유수유를 하고 싶지만 젖은 부족하며 우유는 먹이고 싶지 않다.

 

물론 친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일은 꿈도 꾸기 힘들고,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자거나 사랑을 나누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두 사람의 삶은 아이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남편은 나름대로 도와주려 하지만,

힘들어하는 여자의 마음을 세세하게 이해하지도

갑갑하다는 여자를 매번 보듬어주지도 못한다.

그저 그 역시 변한 환경이 너무 낯설고 힘들 뿐,

 

 

 

 

이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이제 아기엄마가 된 친구와 함께 봤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서 살짝 당황했다;;

너도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어서 손수건만 건내준..

 

난 아직 아이를 키워본 경험은 없어서, 내 경험이 생각나 울음이 나기 보다는

어릴 적에 엄마가 피곤해서 낮잠을 자려고 할 때

놀아달라고 계속 칭얼대다가, 엄마가 화냈던(....) 경험이 문득 떠올라서

이제와서 뒤늦게 엄청 죄송해졌다;;;

엄마. 나 같으면 폭발했을텐데, 많이 참아줘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