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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물탱크정류장(2013,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DidISay 2013. 7. 9. 01:32

 

 

 

태기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물탱크 정류장'

심심하면 주요 공연장들 홈페이지에서 공연을 찾아보곤 하는데,

마침 프리뷰예매로 할인 중이길래 바로 예매해서 보게되었다.

리뷰를 미루는 바람에 6월말에 본 연극인데 이제야 쓴다;;

 

남산예술극장 바로 옆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일찍 도착해서 만화도서관에서 느긋하게 만화책 보다가

브라운하우스 커피에서 조잘조잘 수다떨기. :D

 

연극 본 뒤에 잠깐 산책해도 좋고

명동에서 맛난 것 먹고 들어가도 괜찮은 데이트코스라 즐겁다.

 

 

 


 

 

 

주인공 한세종은 서울의 한 옥탑방에서 애인과 동거중인 회사원이다.

작은 잡지사의 말단기자.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언제나 치이는 존재.

 

어느덧 결혼을 생각할 시기이지만,

집도 차도 없으며 직장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에

애인이 결혼이야기를 해도 회피할 수밖에 없는 소극적인 사내다.

 

 

이런 그가 우연한 계기로 물탱크에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맛보면서

일상의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그와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옥탑방의 다른 사내로 변신해

제 2, 제3의 삶을 살아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씁쓸한 것은 한세종이었던 그가 다른 사람이 되었을 때도,

다른 사내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은 처음엔 의아해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새로운 그에게 익숙해진다.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가 일하고 있는 사회적인 위치나 '이름'으로 증명되는 현실.

상황이 바뀌더라도, 마치 공장의 부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행복해보이지 않는 사람들..

만약 경제적 약자가 아닌,

타워팰리스 정류장이었다면 이들은 좀더 행복해보였을까.

 

수완좋은 빌딩건물주인도. 돈 많고 섹시한 여자도

모두 제각각의 모습으로 불행했던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닐게다.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제각기 살아가는 무대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비록 불행을 막아줄 수는 없더라도

그것이 나까지 망가뜨리진 못하도록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