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퍼시픽림(Pacific Rim , 2013)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퍼시픽림(Pacific Rim , 2013)

DidISay 2013. 7. 15. 22:30

이 영화의 예고편을 봤을 때 트랜스포머처럼 미끈하게 잘 빠진 로봇물일거라 예상 했다.

별다른 스토리를 찾아보지 않고 왕십리 아이맥스 3D관에 들어설 때만 해도 기대에 차 있었다.

좋아하는 감독이라 믿고 봤는데....좋은 자리 힘들게 예매했는데...

 

멍2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누군가의 평대로 손에 로봇 좀 쥐고 조정하며 치고박고 놀았던 사람이거나

에반게리온에 열광하던 세대가 아니라면, 재밌게 보기엔 무리가 아닐까 싶다.

일반적인 오락영화로 봐주기엔, 오덕 지수가 너무 높음 (...)

 

자꾸 날 ~찡이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녔던 모 학생이 생각났다;;

아 얘는 이쪽 장르의 덕후가 아니려나 -_-

 

같이 본 일행은 너무 재밌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지만,

난 에반게리온이 한참 히트를 칠 때는 초등학생이었고

로봇만 나오면 티비 돌리려고 동생이랑 티격태격 했던 사람이라 자꾸 잠이 왔다. ㅠ

이 영화는 그냥 양덕들의 판타지 실현물이다.



 

 

 

 

로봇끼리 치고박거나 적어도 사람과 로봇의 범주내에서 뭔가 하겠지 했는데

갑자기 영화 초반부터 바다괴수가 등장하더니 -_-

외계생물이라기 보다는 원시생물에 가까워보이는 것이 심지어 계속해서 능력치가 확장된다 .

 

 

보면서 왜 괴수랑 로봇이랑 1:1로 붙어서 주먹다짐이지?;;

그냥 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제대로 된거 한방으로 끝내고 말지란 생각이(...)

로봇도 못이기는데 벽이 막아줄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벽 짓고 있는데 바보들인가;;

전세계 지도자라는 것들은 유일하게 싸울 무기가 로봇인데, 벽만 완성되면 지원 끊겠다고 하질 않나..

그럼 벽 세우고 나서 예방책 따윈 안 세우는거냐 -ㅁ-

 

 

 

 

게다가 주연인물들의 연기가 너무 어색어색하고

캐릭터가 단편적이고 전형적이라서 심심하다.

특히 여주인공과 박사들은 덕 느낌을 물씬 풍겨 일본만화 실사판 느낌이다.

 

일본 여성은 그냥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동양여성에 대한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인식을 그대로 보여줘서 보는 내내 기분이 별로였고

둘이 격투하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동양적인 무술이 등장하길래 아 칼 등장하려나 했는데

좀 지나니 로봇이 칼 빼들고 싸움 ..

아 놔 좀 무슨 동양인만 나오면 칼이나 대나무 같은거 쥐어대니 ㅠㅠ

 

그리고 알고보니 그게 비장의 무기-_-라는 것에 어이없어서 그냥 웃었다;;

지금까지 싸운게 몇 년인데 칼 안쓰고 뭐한건지.;

 

 결정적으로 주로 싸우는 무대가 바다+밤이고

로봇들이 컨트롤러 방식의 빌딩보다 큰 규모다보니

움직임이 느리고 속도감이 떨어져서 좀 답답하다.

중2병스러운 전투장면에 공격외침까지 결합되어서

주제곡이 더더욱 오바스럽게 느껴졌다-_-;

 

 



배경으로 나오는 도시는 변화하는데 그 도시가 그 도시인 것마냥 특색이 없고

이건 로봇이나 괴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 로봇이 그 로봇같고 그 괴수가 그 괴수처럼 보임.

 

괴수는 복제된 클론이라는데 새끼가 탯줄 감고 나오질 않나;;

총지휘자는 쉴사이 없이 코피 흘리면서 나 곧 죽을거라는 걸 암시하니

나중에 자기 목숨 걸고 마지막 출격을 할 때도 별 감동이 없었다.

 

캐릭터나 줄거리에 대한 개연성이나 다각도적인 접근이 없다보니

마치 X씬만 기대하고 마우스로 중간중간 건너뛰며 보는 3류 포르노처럼

격투씬과 그 다음 격투씬 사이가 궁금하지도 않고 너무 지겨워서

보는 중간중간 졸음이 쏟아짐..그나마 아이맥스로 안봤으면 욕할뻔 했다 -_-

 

 

 

다른 히어로물들은 모두 재밌게 봐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괴수+로봇물은 아무리 봐도 몰입이 안되어서;;

내 한계는 여기까지인가보다 ;

 

+엔딩크레딧 올라가고 짤막한 쿠키가 있으니 확인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