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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빈센트: 이탈리아 바다를 찾아 (Vincent will Meer, 2010)

DidISay 2013. 7. 31. 03:38

주인공 빈센트는 틱장애로 알려진 '투렛 증후군' 환자이다.

그는 긴장만 하면 튀어나오는 욕설과 발작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식조차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는 절망감을 맛본다.

 

그의 아버지는 성공한 정치인으로 곧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장례식 후 빈센트는 어머니가 그리워했던, 이탈리아의 한 바다를 가려하지만

아버지에게 그는 서둘러 요양원으로 치워버려야하는 짐일 뿐이다.

 

 

결국 요양원으로 간 빈센트는 거기서 또다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거식증 환자인 마리, 결벽증+강박증을 가진 알렉스.

 

어느날 의사는 마리에게 계속해서 음식을 거부하면 강제적인 방법을 쓰겠다고 선포하고,

이에 마리가 의사의 차를 훔쳐 달아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 셋의 여행은 시작된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두 집단의 여행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빈센트 일행을 찾기 위해 빈센트의 아버지와 요양원 의사가 동행하게 되면서

관객들은 정신병 진단을 받은 집단과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집단의 모습을 동시에 관찰하게 된다.

 

한쪽은 사회에서 격리되고 '치료'해야 하는 대상인 사람들이고

다른 한쪽은 이성적이고 성공한 '정상인'이지만,

이들의 행동은 어느쪽이 더 성숙하거나 논리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초반에 아들에 대해 거의 애정이 없어보이고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 역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보였던 빈센트의 아버지는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례식 다음날 아내가 살던 집을 팔려하고, 아들을 냉대하며

아내가 죽자마자 새로운 여자와 살 집을 구하던 그 모습들은

사실은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에게 갑자기 찾아온 병을.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아내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회피반응이었다.

 

이 여행의 과정에서 빈센트의 아버지는 지난 가족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덮기 급급해 오직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나가던 모습에서 

아들을.,,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빈센트와 알렉스 역시 세상 속에서 어울릴 용기를 갖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도를 한다.

여전히 이들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이 두사람 모두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단 한명만 제외하고...

 

 

보통 이런 류의 영화는 모든 문제를 가진 주인공들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거나 최소한 앞으로 나가는 성장의 기록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격인 '마리'는 끝끝내 거식증을 극복하지 못한다.

 

빈센트가 보여주는 배려와 사랑에도 불구하고 '마리'는 계속해서 음식을 거부하거나 게워내며,

결국 그녀는 세상밖으로 나가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입원실에 묶여 절규하는 신세가 된다.

 

여전히 그녀는 현실에 적응해 살아남기를 거부하며,

한없이 다른 세계로 도피하려고만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더이상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겠지만,

한가지를 더 뽑자면 바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목에서 알프스의 거대하고 황홀한 모습은

인간의 온갖 문제들이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잔잔한 피아노곡들과 어우러져 분위기를 차분하게 유지시킨다.

  

동정이나 안타까움 보다는 '난감함'을 불러일으키는

빈센트의 시도때도 없는 욕설과 발작 역시

이 광활한 배경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속에서 슬그머니 묻혀버릴 뿐이다.

 

때문에 주인공들의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는 장면에서조차 이 영화는 잔잔한 수채화의 분위기가 난다.

영상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힐링이 되는 느낌 :D

 

 

 

 

 

그래. 어쩌면 이런 도시가 아닌

커다란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면

가끔 욕이 튀어나오는 빈센트의 욕설쯤이야.

더러움을 참지 못하는 알렉스의 결벽증쯤이야.

그저 별 것 아닌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찌되었던 이들이 우리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진 않으니까.

 

그저 우리의 편이를 위해서, 정상과 비정상을 끝없이 나누고

그 규격에 맞지 않는 이들을 마치 불량품 취급하듯이 내몰뿐.

 

 

모든 이를 공평하게 받아주는 자연처럼.

우리도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각을 가지게 되기를.

그리고 우리의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누구나 가끔은 우울하고.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