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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책 읽기

여자공감만화 시즌2-마스다 미리

DidISay 2013. 7. 21. 01:00

작년 겨울에 재밌게 읽었던 마스다 미리ますだ ミリ의 만화책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차분하고 담백한 책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

 

 

눈에 띄는 갈등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있지도 않지만

잔잔한 에세이를 읽듯이 생활에서 누구나 느낄만한 감정이나 순간순간들을 담고 있어서

어쩐지 책장을 덮고 나면 자꾸 생각이 났다.

극히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 직장생활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년엔 단권으로 사서 읽었었는데, 이번에 신간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여자공감만화 시즌2라는 세트로 묶여서 나왔다.

이전에 내가 읽었던 3권은 시즌1로 묶여서 판매 중이고 :D

 

예약판매로 신청을 해서 오늘 받아서 바로 읽었다.

길게 잡아도 30분이면 읽을만한 길이고, 단순한 그림체의 만화에세이라

사실 비싼 돈주고 사긴 좀 망설여지는 감이 있는데

5천원 할인쿠폰+ 컵받침 3개+ 에코백 증정이길래 바로 지름 ㅎ


 

각각 주인공이 달랐던 시즌1과는 다르게,

시즌2는 수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내용 상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와 '아무래도 싫은 사람' 사이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걸까'가 들어가야 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이 순서대로 읽으면 된다.

수짱이 어느새 37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한 책들.

여름엔 역시 이렇게 큼직하게 담은 쿠앤크.

그리고 경쾌한 음악 틀어놓고 만화책 보는 재미가 최고!

 

이렇게 더운 여름이면, 50% 세일로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사놓고는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상을 주듯이 아껴먹는다.

 

커피한잔

 

 

 

이번 작품들도 전작들처럼 3,40대에 겪게 되는 여러가지 고민과 생각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하루하루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일본은 나이든 미혼여성에 대한 시각이 한국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들었는데,

글을 보면 한국과 너무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저기도 여자로 살아가기 팍팍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소소하게 공감되는 글들이 많아서 좋았다.

예를 들면 오랜만에 닦은 창문에서 더러워진 걸레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꼬치구이 소스가 묻은 셔츠를 빨면서, 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작가가 참 섬세하게 일상을 캐치하는구나 싶어서, 어쩐지 배려 받는 느낌이 들었다.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 난 아직 20대 초반과 그리 다른게 없지 않나.라고 반문해보다가

아니. 많이 달라졌다..고 다시 스스로 답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사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 어떤 발전이나 성숙도 없이 그자리 그대로인 것도 끔찍한 것이고...

 

나이보다 어려보이려고 이런저런 시술을 받는 것이 대세가 되었지만,

난 그 나이만큼의 흔적이 남아있는 얼굴. 말. 행동을 좋아한다.

하물며 나무도 매년마다 자신이 살아온 테를 남기는데,

인간은 오히려 점점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부정하려 한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

 

 

 

 

사실 제목만 봤을 때 가장 처음 읽고 싶었던 것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었는데

호불호가 분명한데 비해 싫은 소리는 잘 못하는 성격이라

끙끙 앓다가 내가 먼저 지쳐떨어지는 편이 많아서 더더욱 제목만 봐도 공감이 갔다 -_-

 

주인공 수짱이 직장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혹은 아랫사람들이나 동료들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구나. 하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고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은 '수짱의 연애'였는데,

제목과 달리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수짱의 달달한 연애담이 아니라

저 '아무래도 싫은 사람' 때문에 이직하게 된 수짱이 유치원 조리사로 일하면서 겪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과 유치원 텃밭에서 직접 순무를 따고 흙이 묻은 당근을 털면서

동화책에 나오는 요리를 시도해보는 모습들이 너무 예쁘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저런 유치원을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지지부진한 결말로 맺어진 수짱의 망한 연애담이 다음편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유치원의 좋은 동료분들과 천진한 아이들이 그녀의 마음을 치유해줄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