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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미인도-정종미

DidISay 2012. 1. 22. 17:55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서 반해버렸다..

 

사진으로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보니

한지의 버석거리는 질감을 잘 살린 것들이 많고,

작품의 크기도 커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종미의 일반적인 작업과정을 잠깐 들여다보자. 그의 작업은 종이를 염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목에 물을 붓고 끓여 나온 액을 종이에 붓으로 발라 염색한다. 그 뒤 아교 바르는 일을 하는데, 아교는 물에 부어 냉장고에서 하룻밤 불린 후 70~80도에서 용해해 사용한다. 이 교수(아교 물)에 백반 용해액을 넣어 종이에 바른다. 종이를 건조한 뒤 홍두깨에 말아 힘껏 두들긴다. 섬유질 사이의 빈 공간을 줄여 모세관 현상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이제 물감을 만드는데, 천연 안료를 유리면 위에 올려놓고 아교 농액을 떨어뜨린 뒤 멀러라는 도구로 간다. 완전히 갈린 안료를 교수를 붓고 채색을 한다. 채색이 완료되면 콩즙을 바르는데, 콩즙은 콩을 여러 날 충분히 불려 콩 속의 유지가 물과 친숙해졌을 때 믹서로 갈아 채로 걸러 만든다. 콩즙을 화면에 바르면 건조 뒤 다시는 물에 반응하지 않아 단단한 방수제가 된다. 이 위에 염색한 천 따위를 콜라주한다. 이때 접착제 역시 밀가루를 6개월에 걸쳐 삭혀 전분으로 만든 뒤 풀로 제작한다. 설명이야 간단하지만 모두 지난한 과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종미는 자신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 바 있다.

"종이 위에 숨결을 담는 일, 인성을 부여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수없이 올리고 닦고 지우고 훔쳐내기. 그런 후에 다시 찢고 붙이고 뜯어내기. 그 과정에서 나의 의도를 멀찍이 벗어난 것들을 버리고 체념하고 용납하기.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무너질 듯한 어깨, 손가락 마디가 갈라지는 듯한 고된 노동 속에서 가끔 몰려오는 회의......"

- 이주헌, <이주헌의 아트카페> p. 174~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