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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인 더 하우스 (In the House, 2012)

DidISay 2013. 8. 18. 20:42

'인 더 하우스'는 문학교사인 제르망과 제자 클로드 사이의 기묘한 관계를 보여준다.

제르망은 과거 작가를 꿈꾸었지만 재능이 없어 포기한지 오래고,

현재는 고등학생들의 형편없는 작문실력을 개탄하며 평범한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유독 클로드가 작성해온 작문과제를 통해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이 글의 내용은 클로드가 자신의 친구 라파의 집을 관찰하고 방문한 이야기를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구술한 것이었다.

 

제르망은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다음 시간에 계속' 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을 느껴

아내와 함께 이를 읽어내려 가고 점점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된다.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에서 자신과는 다른 작가의 재능을 발견하고

결과물들을 피드백 해주면서 자신의 못다 이룬 꿈들을 대리만족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부유하고 능력 있는 아버지. 아름다운 집. 사이좋은 가족관계. 우아한 어머니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해보이는 이 가족들을 관찰하는 내용은 다소 위험해보이지만 분명 매력적이다.

클로드는 금지된 성적욕망을 품고, 환한 미소를 가면 삼아 그들에게 접근한다.

 

때문에 제르망은 윤리적으로는 훈육이 이루어져야하는 글의 내용을

'문학' 혹은 '작문지도'라는 이름으로 계속 쓰도록 편법을 쓰면서까지 묵인하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 위험한 작문수업을 바라보면서 

클로드가 파격적으로 행동하길 기대하고 동시에 불안해하는 양가감정을 갖게 된다.

 

 

이들의 글쓰기가 계속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소설창작. 이라는 명분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제르망은 아내와 오랜 결혼 생활을 했지만 이들에겐 아이가 없고,

클로드는 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의 평범한 학생이지만 아픈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처지다.

때문에 마치 드라마처럼 행복해보이는 중산층인 라파의 가족은

이 두 사람에게 마치 가질 수 없지만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와도 같다.

 

동경의 대상은 보통 강하게 욕망하거나 혹은 파괴해버리려고 하는데

클로드의 글에는 그 두가지 요소가 함께 나타난다.

 

그래서 클로드는 거듭해서 이들 사이에 들어가거나 균열을 일으키려 하고

금지된 욕망을 품고 자신도 그 가족의 한부분으로 편입되려 한다.

또 제르망은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독자처럼

스스로는 채울 수 없을 호기심과 욕망을 충족한다.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함은 계속 되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소설을 써내려가는 클로드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구분되던 현실과 활자의 경계가 나레이션이 줄어들면서 점점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소설과 현실. 그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관객들은 혼란이 올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제르망 역시 마찬가지다.

 

제르망은 독자로서 좀더 흥미롭고 정교한 스토리가 되도록 클로드를 지도하지만

동시에 클로드가 이를 현실에서 실천할까봐 긴장하게 되는 역설적인 위치에 처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별다른 갈등관계 없이도 내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내용은 파격적이지만 영상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 오히려 건조하다.

 

 

 

 

 

프랑소와 오종의 신작이라 고민 없이 예매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

다만, 나에겐 이런 학생이 나타나지 않기만을 빌 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