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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2013)

DidISay 2013. 9. 22. 02:46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

 

예전에 초속5cm를 처음 봤을 때 감탄을 거듭했었다.

나직한 목소리도. 섬세한 작화도. 너무 좋았다.

 

게다가 1인제작방식이라니 믿기 힘들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된 그가

'언어의 정원'이라는 신작을 내놓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보고 왔다.

 

언어의 정원의 스토리는 사실 초속5cm 때와 비슷하게

크게 대단하거나 촘촘할 것 없는..하지만 너무나  서정적인 이야기다.

15세 소년과 27세 여교사의 우연한...사랑이야기.

(..라고 하지만 소년은 거의 대학생처럼 보이므로 나이차는 느껴지지 않는다)

 

금기가 낀 만남이지만 자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부분은 거의 없고,

풋페티쉬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많지만 배경들에 묻혀서 아름답게 처리된다.

(사실 여교사가 등장했을 때 난 좀 실망함=_=;;

오랜만에 단발머리의.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라 좀더 다른 방향의 진행을 원했는데 ㅠ)

 

 

오히려 적당히 심심한 그 부분들로 인해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다.

스토리를 따라간다기 보다는 눈이 너무 호강하는 애니메이션이랄까.

 

 

 

 

 

처음 시작장면부터 말그대로 눈이 굳어져서 고정되어 버렸는데

영상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릴정도로 섬세하고 실감나는 배경묘사에

한컷한컷이 모두 아름다워서 말그대로 버릴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실제 도시와 공원들을 참고해서 그린거라,

사진과 그림을 비교하는 컷들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던데

오히려 애니메이션이 더 돋보이는 느낌(...)

 

아주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만든, 소담스런 밥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의 신작을 또다시 기다려 본다.

 

 

 

 

 

 

덧)

 

  작품에 나오는 두 작품 모두 일본의 옛 가집인 <만요슈>(萬葉集)에 실린 단가이다. 대학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는데 옛 사람들의 정서가 오늘날과 다르지 않다는 데 흥미를 느꼈고, 언젠가 <만요슈>를 작품에서 다루어보고 싶었다. 우선 이를 통해 여주인공 유키노가 고전문학 선생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려 했다. 작품에서처럼 단가의 가창은 여자가 남자에게 노래를 주면 남자가 여자에게 답가를 보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과거 일본에는 ‘가요이콘’ (通い婚)이라는, 남자가 여자와 교제하는 중에 여자의 집에 들러 밤을 보내고 아침에 돌아가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서는 여자가 남자를 기다리는 관계가 형성되는데, 만약 비가 오거나 폭풍이 불면 남자가 돌아가지 않고 여자와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되지 않겠나. 이러한 경우의 바람이 첫 번째 단가의 내용에 담겨 있다.

 

-감독의 인터뷰 中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두 사람이 시간차를 두고 단가를 주고 받았던 장면.

일본의 오래된 가집에 실려있는 작품이라던데

옛 사람들의 연애는 참 정취가 있었네.. 싶었다.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さし曇り 雨も降らぬか 君を留めむ

(なるかみの すこしとよみて さしくもり あめもふらぬか きみをとどめむ)


→雷が少し轟き、曇ってきて、雨でも降らないかしら。あなたを引きとめられるのに。

번개가 살짝 들리네, 구름이 되어, 비가 오려나 보다. 당신을 잡아 두려는 듯이.

 

 

 

これに対して――

  이에 응답하여...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降らずとも 我は留まらむ 妹し留めば

(なるかみの すこしとよみて ふらずとも わはとどまらむ いもしとどめば)


→雷が少し轟き、雨が降らなくても、私は留まりますよ。あなたが引きとめて下されば。

번개가 살짝 들리네,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나는 여기 있겠어요. 당신이 잡아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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