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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Love Impossible展-MOA

DidISay 2013. 10. 6. 02:18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전시 중인  'love impossible'

마지막 도슨트 시간이 4시였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서 좋았다 :D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로맨틱한 핑크빛으로 제목을 돋보이게 해놨지만

사실은 평등한 관계의 불가능성. 혹은 소통의 어려움이나 실패에 대해 말하고 있는 전시회다.

전시회 각 섹션마다 인용해 놓은 문구들도 헤겔이나 칸트의 글들 ㅎㅎ

 

 

회화작품들 보다는 설치미술이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고,

대부분 설명도 잘 나와있어서 이해가 어렵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결혼이나 사랑이란 관계에 대해 멀찌감치 떨어져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만 아이들 데리고 온 관객들이  있어서 좀 뜨악했는데,

내용 자체가 관념적인데다가 시니컬해서 가족끼리 보러올만한 작품은 아니다.

 

 

대부분 평등한 관계가 얼마나 허상적인 개념이고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여성작가의 그림은 프리다 칼로의 느낌이 나서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사진에 있는 비디오 아트작품은,

작가 본인이 선을 보는 장면, 결혼식, 출산 이후의 삶을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다.

아주 빠른 배속으로 재생되는 저 화면을 보다보니 멀미가 났다.

 

단지 결혼적령기를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압박을 받는 일상.

공장처럼 찍어내는 그저 형식 뿐인 결혼식.

그리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명처럼 한 결혼.

하지만 어느덧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모습..

 

여기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결혼 생각이 싹 달아난다(...)

애니메이션 역시 분홍분홍한 관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보고나면 기분이 좀 가라앉는 느낌. ㅎㅎ 

 

 

한 눈에 들어오는 작품. 내가 좋아하는 미인형이다 ㅎㅎ

아주 커다란 설치작품인데,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좀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수없이 쪼개진 조각 속에 여러개로 분절되어 비치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내 본질과는 다르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작가.

 

 

 

뜻밖에 노석미 작가의 그림들이 있어서 반가웠던 ㅎㅎ

이 전시회에 알맞게 각각의 작품들을 배열해놨는데,

우리 지금 만나!로 시작해서, 겪지 않은 일 로 끝나는 연애가 씁쓸하다.

 

 

 

 

처음 전시가 시선의 불평등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가장 마지막 공간은 관계의 종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른 공간도 이곳이었는데,

실제 연인들이 이별한 후 기증한 물건들이나 편지가 벽을 채우고 있다.

사연도 다양한. 사랑의 찌끄러기들...

'실연수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반대벽에 있는 '포기해 버린 꿈과 사랑'은 읽으면 마음이 좀 무거워진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구나 싶어서...

 

 

 

 

 

 

가장 좋았던 애니메이션은 정유미 작가의 '연애 놀이(Love Games,2012)'

촬영금지라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유튜브에 트레일러가 있어서 추가해 본다.

작년말에 출간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 같아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질 않아서 안타깝다..;

 

 

 

15분의 시간동안, 연애 과정을 남녀가 놀이하는 모습을 통해 표현해 놨다.

여자가 금을 긋고 자신의 공간으로 남자를 초대한 뒤

소꿉놀이, 종이접기, 과자먹기, 숨바꼭질, 병원놀이, 시체놀이를 한다.

연애란 것이 자기 마음 속의 어린아이를 다시 마주하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많은데,

연인들은 자신의 욕구를 상대방이 온전히 채우지 못한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아기자기하게 노는 과정이 달달하고 귀엽기도 하고,

어쩐지 마음이 아리기도 해서 오래오래 앉아서 세번이나 보고 왔다.

오빠랑 보면서 우리도 해보자고 ㅎㅎㅎ

 

동영상에 등장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끝부분인 시체놀이,

어떤 행동을 해도, 노력도 반응도 하지 않는 남자..

여자가 눈물을 흘릘 때 나도 같이 쓸쓸해졌다.

 

 

 

 

 

 

전시를 보며 계속 생각이 났던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