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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웰컴 투 마이 하트(Welcome To The Rileys, 2010)

DidISay 2013. 10. 26. 04:41

이 영화를 보려고 했던건 사실 한 1,2년전쯤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나서, 다시 재생했을 때는 그 장르마저 잊어버려

로맨스물인가 하는 잘못된 추측까지 하고 있던 상태였다.

 

어쩌다보니 바로 앞에 리뷰를 쓴 매치스틱맨과 이 작품 모두 리들리 스콧이 참여한 작품인데,

두 영화 모두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어서

곧 개봉을 앞둔 '카운슬러'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 :D

 

 

 

 

 

이 작품에는 세명의 중심인물이 있다.

부부인 로이스와 더그 라일리. 그리고 16살짜리 스트립걸 맬로리

 

 

 

라일리 부부는 평범한 중산층으로 보이지만

차사고로 십대였던 외동딸을 잃은 뒤 어떤 대화나 감정교류 없이 생활 중이다.

 

더그는 자신의 외롭고 상처입은 감정을 불륜으로 해소하고,

로이스는 몇년동안 집안에서만 칩거한 채

남편의 외도에도, 세상살이에도 무관심한 채 일상의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맬로리는 어린시절 어머니를 차사고로 잃고 가출을 해, 힘겹게 생계를 해결하는 중이다.

무식하고 거친 스트리퍼라는 역할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들짐승 같지만, 여린 소녀의 모습을 얼핏얼핏 보여준다.

 

 

어느날 출장 겸 방문한 낯선 도시에서 더그는 맬로리를 발견하고,

당돌하고 되바라진 모습 안에서, 경계심 많고 상처 입은 어린 소녀를 엿본 그는

그녀를 딸처럼 보살피겠다는 충동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한편, 무작정 한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남편의 통보에

로이스는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와 남편에게 다가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더그가 혹시나 맬로리와 부적절한 관계라도 맺을까봐 노심초사했던 내 때탄 마음이 부끄럽기도 하고,

몇년만에 집밖에 나와 운전대를 잡은 로이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짠하고 불안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만난 이 부부는 결국 맬로리에게 사고로 잃은 딸의 모습을 투영해 곁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한 맬로리에게,

갑작스럽고 무조건적인 이 부부의 호의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굴레일 뿐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건 망사와 레이스 일색인 스트리퍼의 속옷을 벗기고,

순면. 그리고 파스텔톤. 조금은 유치해보이는 소녀의 속옷을 입히는 장면이었다.

스트립바의 어두운 곳에서 보이던 맬로리의 거칠고 부자연스럽던 모습들이

탈의실의 환한 조명 아래 드러나니 어찌나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워보였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엄마의 보살핌을 거의 받지 못했던 맬로리와

딸을 죽게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했던 로이스의 교류는

길지 않은 대화와 아주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느끼게 했다.

 

 

 

 

 

보통의 영화라면 이 세명이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지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이냐는 의문이 생기지만.

 

하지만 이 작품은 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맬로리는 스트리퍼를 그만두고, 이들 부부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삶을 일구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로이스와 더그는 메말랐던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부부의 장을 새롭게 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일상은 아직도 균열이 남아있고, 핑크빛 엔딩이라 하기엔 불안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맬로리는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두명의 지지자를 얻었고

로이스와 더그는 죄책감과 원망을 덜고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상처를 완벽하게 메워줄 누군가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자신의 입맛대로 상대방을 바꾸지 않아도.

그저 서로의 상처를 나누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결말이 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