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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매치스틱 맨 (Matchstick Men, 2003)

DidISay 2013. 10. 26. 04:40

여름에 보고, 이제야 글을 쓰는(..)

 

 감사

 

너무 재밌게 봤던 영화라 꼭 글로 남겨야지 했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파서 강제로 쉬게 된 김에 생각이 난 것이니

다친 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

 

 

범죄, 코미디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킬링타임용이고 때문에 리뷰를 남기는 일도 적다.

게다가 그런 영화를 통해서 인생이나 삶에 대한 성찰을 얻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부터 이야기의 흐름까지 너무 독특해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매치스틱맨은 사기꾼인 로이(니콜라스 케이지)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기꾼이 주인공이니 당연히 화려한 사기극과 인생역전을 다이나믹하게 보여줄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소소한 생계형 사기로 먹고사는 안전지향적 인물이며

기업형 범죄를 꿈꾸기는커녕, 강박증과 결벽증까지 앓고 있는 환자다.

 

호감있는 여자에게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도 못하고,

동료 사기꾼인 프랭크 외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그저 눈 뜨면 청소청소청소만이 있을 뿐.

 

사기극에까지 영향을 주는 강박증 때문에, 정신과 의사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볼 것을 제안하고

어느날 이혼한 전부인이 낳고 기르던 딸 안젤라와 마주하게 된다.

 

평온하고 계산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던 그의 일상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적인 사춘기소녀 덕분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혈육의 존재가 책임과 의무 외에도 어떤 기쁨을 주는지

새롭게 깨달아 가는 로이를 바라보며

관객들은 이 두 사람의 행복이 확대되어서 가족 전체가 결합할 수 있길 꿈꾸게 된다.

 

하지만 이 훈훈한 기운은 오래가지 못하고 굉장히 충격적인 결말을 안겨주는데,

그 심리적 파동이 너무나 처참해서 이 영화의 장르가 범죄, 코미디인지

아니면 심리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된 직업과 꾸며진 일상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삶을 선택한 로이는

비록 가난하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훨씬 안정된 생활을 보여준다.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파괴하고, 믿음을 기만한 인물이

다시 등장했을 때도 진심으로 행복과 안전을 빌어줄 수 있었고,

이제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와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더이상 강박적인 청소와 통제 없이도, 안정감과 충족감을 갖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일지라도.

어쩌면 모든 것을 얻은 걸지도 모른다는..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