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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이자람의 억척가-LG 아트센터

DidISay 2013. 10. 27. 01:52

요즘 대중적인 판소리 공연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자람님.

'사천가'와 '억척가' 두 레파토리가 있는데,

양쪽 모두 브레히트의 스토리를 차용해 판소리와 접목시킨 공연이다.

 

판소리 만들기 '자' 제작으로, 장구, 북,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들을 이용해 대중성을 높였고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쉬운 언어들과 은어들을 사용해서 처음 보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억척가는 LG 아트센터에서 3년 연속 앵콜공연을 올릴만큼 호평일색.

판소리가 사랑스럽고 유쾌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D

 

 

 

 

난 사천가를 먼저 보고, 이번에 억척가를 봤는데

사천가도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인 느낌이었을 정도로 인상깊은 작품었지만

억척가의 인물이나 짜임새가 훨씬 더 다양하고 스토리도 깊이 있다.

 

우리 문학작품 특유의 '웃음으로 눈물 닦는' 해학성을 그대로 끌어온데다가

'적벽가'의 동양적인 배경을 더해서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토대로 한 다른 연극과 차별성을 뒀다.

 

 

전공시간에 전통극을 접할 때면, 과연 이걸 현대인들이 대중적으로 다시 들을 일이 있을까

회의 반 안타까움 반의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무대에 올리다니 그저 감탄만 나올 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흔치않은 작품이다.

 

 

 

다채로운 음악과 연출이 돋보이지만, 판소리는 기본적으로는 1인극 모노드라마다.

그런데도 들썩들썩 흥겨움을 유지할 수 있는건 순전히 공연자의 끼 때문.

 

이자람 한 사람의 1인 15역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이 계속 되는데

스스로가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서, 보는 사람도 절로 신명이 난다.

연기하는 인물에 따라, 말투, 행동이 휙휙 바뀌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정말 믿고 볼 수 있는 공연이랄까.

 

참잘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어서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인데,

요즘 해외공연으로 매우 바쁘신 듯해서 한동안 이 소망은 요원할 것 같다.

 

참, 이 공연은 단순히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창자의 표정, 행동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꼭 앞쪽에서 관람하길 권해본다.

 

얼쑤, 잘한다, 그렇지. 이렇게 추임새를 넣어가며 울고웃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게 될 것이니.  :D

 

 

 

 

 

+1층 객석 앞쪽에서 보게 되면, 공연 중간에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ㅎㅎ

우리도 중간에 나눠주셔서 사발에 담아 마셨는데 기분이 흥겨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