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더 헌트 (The Hunt, 2012) 본문
당연히 리뷰를 써놨다고 생각했는데 빼놓은 영화들이 생각보다 많다는걸 깨닫고 있다.
요즘 기억 나는 대로 적고 있지만 과연 다 채워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바로바로 적으면 좋겠으나, 언제나 그놈의 귀차니즘이 문제지. -_-;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의외로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고
책임회피용으로 과장하거나 축소해서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옹호해주는 부모 역시 많다는 점이었다.
학원에서는 되도록이면 학부모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하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길 꺼린다.
일단 트러블이 생기면 강사 입장에서도 좋지 않고, 금전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감정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은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 경우엔 대부분 아이가 학습태도가 매우 좋지 않아서 그걸 교정시키기 위한 목적이거나
과제 등을 가정에서 좀더 신경을 써줘야 할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당황스러울 때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수업 분위기를 흐리거나 지연시키는 상황을 설명했는데,
"우리 아이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혹은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오히려 화를 내서
심한 경우엔 아이를 중간에 놓고 삼자대면까지 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엔 학부모에게 뒤늦게 사과를 받아도, 기분 나쁜 정도가 꽤 오래 기억된다.
사실 고등부는 입학 당시부터 일정 등급 이하는 받지 않고,
분위기를 흐리고 태만하면 퇴원시켜 버리기 때문에 학생들의 태도가 훨씬 좋은 편인데도
가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생겨서 예전에 다니던 학원은 이런 일이 몇 번 발생하자
거짓말 하는 학생과 막나가는 학부모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해 -_- 교실에 cctv를 달았었다.
'더 헌트'에는 한 아이의 거짓말 때문에 생의 바닥을 경험하게 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골의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루카스는 주민들 대부분과 오랫동안 알아온 마을 토박이다.
평화롭던 그의 일상은 친구의 딸이자, 자신이 가르치고 예뻐하던 원생이었던 클라라가
루카스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루카스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화가 난 클라라는 그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말하게 되고,
이 뒤부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 서서히 보는 사람의 목을 조여온다.
마을의 좋은 선생님이자 믿을만한 친구였던 루카스의 지위는
온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공동체에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아이의 증언에 대해서는 결코 의심하지 않는 마을 구성원들 덕분에
루카스는 어떤 비난에도 함부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는 집에서마저도 편히 쉴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심지어 모든 오해가 풀리고 많은 시간이 지나간 뒤에도
루카스와 그 주변 사람들이 주고 받은 상처와 의심은 결코 모두 다 해소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것은 아동관련 성범죄는 너무나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핵심적인 내용을 다시 확인하거나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 역시 저 상황이라면 아이를 의심하기 보다는 너무나 쉽게 루카스를 비난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입장도 역시 이해가 가고, 어떤 점에서는 저 정도로만 분노를 표하는 가해자 가족들이
오히려 존경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매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영화는 느릿느릿하게 감정을 보여주고 격한 주제에 비해 영화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마저 준다.
차가운 북유럽의 풍경과 음악도 이에 한몫 거든다.
아무르와 비슷한 시기에 봤던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해 최고의 영화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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