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여자의 일생-모파상 본문
자기를 사로잡고 있는 불운에 완전히 체념해 버린 그녀는 동양인들처럼 숙명론자가 되어 있었다. 꿈이 사라지고 희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 온 탓에, 지극히 간단한 일을 할 때도 며칠 전부터 머리를 썩이고 골몰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자기는 운이 나쁜 길만 가는 사람이므로 무슨 일이고 순조롭게 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난 너무나 불운했어.”
그러면 로잘리는 큰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마님을 빵을 위하여 뼈가 부서지게 일을 해야만 했다면 그때는 뭐라고 말씀하시겠어요? 품팔이를 가기 위하여 아침마다 여섯 시에 일어나야 하는 신세가 되었더라면 뭐라고 하시겠냐고요? 그런 고생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인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또 그 사람들이 늙으면 그야말로 불쌍하게 죽어 간다는 걸 아세요?
'여자의 일생'은 아빠가 사오셨던 세계명작 시리즈 중 가장 첫번째로 읽었던 책이다.
그 많던 책들 중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게 된 이유에는 제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여자의 일생'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초등학교 5학년생에 불과했던 나에게도 꽤나 큰 흥미를 끄는 제목이었던 것 같다..그날 한숨에 다 읽어버린걸 보면..
읽은 후의 느낌은..음..
그 후에도 몇차례 더 읽어보았지만 실망감이 남았을 뿐 마땅한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명작소설이라기 보다는 왠지 한편의 신파극을 보는 느낌..
전형적인 요조숙녀로 자라 수녀학교를 막 졸업한 잔느가
꿈에 그리던 신사인 줄리앙과 결혼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줄리앙은 잔느가 그리던 사람이 아니었고 처음부터 이 둘의 만남은 잘못된 것이었다. 결혼한지 얼마안되서 줄리앙은 바람과 외박을 일삼고 마지막까지 백작부인과 외도를 하다 죽음을 맞이하여 잔느를 불행에 빠뜨린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폴도 더 나을건 없어서 할아버지와 잔느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되어서 그들을 떠나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창가의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되지만 빚을 너무 많이 져서 도망을 치고 만다.
잔느는 자살도 로잘리(죽은 남편의 첫번째 정부. 나중에 결혼해 쟌느와 헤어진다)의 설득으로 하지못하고 결국 폴이 매춘부와의 사이에서 남긴 손녀를 맡아 키우게 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잔느의 삶이 여자의 일생의 전형이라고 본다면 너무나 불행한 삶이 아닐까? 평생 남편과 자식..그리고 손녀까지..누군가의 뒤치닥거리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삶...
원제였다는 '어느 생애'가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하긴..어쩌면 이상적인 배우자를 꿈꾸고 남편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선하지 않고 한탄만 하고 있던 잔느에게는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이러면에서 불행하다는 잔느에게 더 불행한 여자들을 생각해서 그런말을 하지말라는 투의 로잘리의 충고도 그리 맘에 들지않고..
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지?
비록 작가는 잔느를 동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형처럼 있는다면 더 썩고썩어 악취가 날뿐..
모파상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목걸이'나 '비계덩어리' 역시 여자들의 삶이 너무나 불행하게 그려져서 마음이 참 씁쓸할 때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인생이란, 아시겠지요, 생각보다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가 봅니다.”
더이상 불행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잔느에게 로잘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정말 인생이란..생각보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차라리 더 좋은 삶을 살기위해 치열해지고 당당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리내어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코엘료 (0) | 2012.01.23 |
---|---|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0) | 2012.01.23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맹 가리 (0) | 2012.01.23 |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 (0) | 2012.01.23 |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0) | 2012.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