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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 시대-요네하라 마리

DidISay 2014. 10. 23. 12:46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하라 마리.

그녀의 글은 언제나 소재가 풍부하고 묘하게 이국적인 느낌이다.

 

외국 작가니 이국적인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통 이국적이라고 한다면 보통 남태평양의 어느 해안이나 유럽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녀의 이국성은 러시아. 그것도 해체 이전의 공산주의 국가에 적을 두고 있다.

 

아버지가 공산주의 관련 언론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녀 역시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데

이념문제는 차지하더라도,  당시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특히 교육학 시간에도 주로 서방의 시스템을 다루기 때문에

저 당시의 수업방식을 알 수가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참 인상깊었다.

토론식 수업을 유도한다거나, 외모에 대한 지적을 금기시한다건 등등.

 

 

이 책은 그녀가 프라하에서 학교를 다녔을 때 만났던 3명의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재밌는 것은 국제학교에 다녔던 탓에, 이 친구들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른 이 친구들은 뚜렷한 개성 탓에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줬는데,

국제통역사로 일한 요네하라 마리 덕분에 이들이 어른이 된 모습까지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요즘에야 sns 등이 워낙 발달되어 있어서 어릴적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소비에트 정권이 무너진 뒤에 다시 그 곳을 찾아서 발품을 팔고

편지를 보내 수소문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친구들을 만난 작가의 정성이 감동적이었다.

 

읽는 과정에서 이 소녀들을 찾는 작가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혹시 못만나면 어쩌지, 나쁜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하며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었고

다시 이들이 재회했을 때는 나 역시 너무 벅찬 감정이 몰려왔다.

 

 

아냐 아버지는 지팡이를 버리고 내게 쓰러지듯 안기시며 불쑥 이렇게 말씀하셨다

"후회하고 있단다."

"예?"

"13년 전에 돌아가신 자네 아버짇 그러셨을 걸세."

아냐 아버지의 눈빛이 갑자기 매서워졌다.

'아니에요. 아버지가 꿈꾸신 공산주의와 당신이 실천한 가짜 공산주의를 같이 두지 마세요! 법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모순을 느껴, 당신이 가진 혜택을 모조리 내던지신 분이에요! 당신이 지향한 것은 그 반대였잖아요!'하고 마음속에서는 외치고 이었지만 아흔 노인을 상대로 그런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아냐 집에서 돌아오는 길 내내 하지 못한 그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다. 아냐 아버지도 옛날에는 뭐 하나 부족함 없는 유대 상인 집에서 태어나 컸을 텐데, 사회의 모순에 눈떠 비합법적이던 공산주의 운동에 몸을 던진 것ㅇ라고. 투옥되고 고문당해 다리까지 잃었다. 어디서 그의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을까. 권력을 쟁취한 후부터인가. 우리 아버지도 만의 하나. 일본에서 공산당이 정권을 취했다면 아냐 아버지처럼 되셨을까.

 

이 책은 단순히 소녀들의 학창 시절을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개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역사의 흐름에 따라 휘둘리는 개개인의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의 다른 대처방식을 비교해보면서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특히 안타까우면서 얄미운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냐,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야스나.

부모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어떻게 자식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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