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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기후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안녕 모란(국립고궁박물관)

DidISay 2021. 8. 12. 20:19

1. J의 직장 동료 중 한분이 선물도 너무 많이 보내주시고,

이런저런 이유로 식사도 많이 사주셨다고 이야기를 자주 전해들었었다.

특히 나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시고 좋아해주신다고 하셔서

답례인사 겸 식사 약속을 잡았다.

 

점심시간에 만나뵙기로 해서 마포나루에서 닭찜이랑 해물파전을 함께 먹고

J는 회사로, 나는 휴일이라 미술관으로 ㅎㅎ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

코로나 때문에 작년엔 미술관을 거의 가질 못해서 거의 1년만에 온 것 같다.

 

이번에는 환경과 관련된 전시를 진행 중이었는데,

미술관 앞과 로비에 이렇게 기후온난화의 영향으로 죽어버린 우리나라의 침엽수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영상들과 설치미술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건 1. 주택건설이나 리모델링에 사용되는 수많은 자재들이 환경오염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2. 다큐멘터리 중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서 22그루의 나무를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기록한 영상'이었다. 

 

나도 오래된 아파트들 특유의 무성한 나무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재개발로 인해서 무성한 잎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해당 아파트에 오래 거주했던 입주민들이 나무에 각각 이름을 붙여준 컷도 있었는데,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 있어서 더더욱...

 

하지만 사람들은 새 것, 신축, 유행에 맞춰가는 소위 힙한 것을 추구하다 보니

멀쩡한 집도 취향에 맞춰 리모델링을 하고 아파트들은 금방금방 새로 지어진다.

이런 흐름에는 나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올 여름엔 특히 온난화로 인한 날씨 변화가 세계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이 들려와서,

수세미도 친환경수세미로 사용하고, 섬유유연제도 양모볼로 대체를 했다.

선물로 들어온 샴프와 바디워시를 다 사용하면, 이것들도 모두 비누들로 바꾸려고 생각 중이다.

 

에어컨도 사용을 줄이면 참 좋을텐데

올 여름이 너무 더워서 이건 실천을 잘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오래오래 더불어 생존 가능한 지구가 되었으면 한다.

 

 

 

 

 

 

2. 이번주에 다녀온 국립고궁미술관의 '안녕 모란전'

평이 좋아서 다녀왔는데 참 화려하고 예쁜 전시였다.

 

왕실의 안녕과 무궁함을 상징했던 모란이,

요즘 코로나로 뒤숭숭한 시기에 안녕함을 비는 듯 해서 상징성도 있었고

무엇보다 전시 내용이 참 알차고 좋았다.

 

 

사실 영상을 많이 활용한 전시를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 전시에서는 너무 영리한 방향으로 사용을 해서 그 인식이 바뀌었다.

 

이렇게 들어가는 입구부터 저런 장면이 펼쳐지는데

사람이 지나갈때마다 꽃이 개화하면서 봉우리가 벌어지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이 공간뿐만 아니라 기존의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해설을 해놓는다거나,

터치를 통해서 그림들에 사용된 도상들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하거나 

여러가지 방식으로 유용하게 활용을 하고 있었다.

 

이건 들어가는 순간 압도되는 느낌이었던 모란 병풍화들.

왕실의 장례나 제사 때 사용되던 작품들인데, 괴석이나 뿌리가 강조된 모란을 통해

부귀영화와와 함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가마나 옷, 의자 등에 그려진 온갖 모란의 형태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나하나 화려하고 너무 섬세해서, 당시 장인들에게 절로 존경의 마음이...

 

 

 

그리고 이건 지하에 전시되고 있던 조선시대와 근현대사 상설관에서 찍은 것.

왕의 옷에 그려져 있던 소재들의 의미인데 신기해서 찍어놨다. 

어릴 때 박물관에 오면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오히려 어른이 되어 왔을 때 감탄하거나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상설관도 규모가 꽤 커서, 3시에 입장해서 한시간정도면 다 보겠거니 했는데

2시간 반 넘게 보고서야 박물관을 나올 수 있었다.

 

 

 

 

자하손만두를 갈까 했는데 배가 많이 고파서 이동할 기운이 없었(..)

덕분에 식사는 체부동 잔치집에서 비빔모밀, 해물파전, 만두.

 

배부르게 먹고 나니 퇴근 시간대라 너무 차가 밀릴 것 같아서,

여의도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한강공원에서 수다를 좀 떨다가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