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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에쿠니 가오리

DidISay 2012. 1. 23. 03:12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용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하고마는
많은 무모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힐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표지도 제목도 참 예쁜 책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아기자기 하기보다는

깨지기 쉬운 유리구술 같다고 해야하나..

왠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랑해..라고 말하며

울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치빠르게 먼저 방에 들어가서 나는 무츠키의 침대에 다림질을 하였다.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 자, 다 됐어."
침대에 이불을 덮고 다리미 콘센트를 뽑는다. 눈을 감고 조그맣게 숨을 들이쉬자, 어둠 속으로 구슬 같은 별하늘이 퍼졌다.

 

이 글에 등장하는 쇼코와 무츠키는 부부이다.

알코올 중독자이면서 정서불안인 쇼코..

의사인 무츠키와 결혼하면서 쇼코의 부모님은 의사라서

안심할수있다며 좋아하지만....무츠키는 동성애자이다.

그리고 무츠키의 연인 곤..

 

그 무렵 곤은 고등학생이었고, 나는 막 대학원에 들어갔었어, 라고 무츠키는 말을 시작했다.
하기야, 그 때까지도 우리는 집도 서로 가깝고 해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지만, 뭐 형제나 다름없었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에서 곤은 회화부였거든, 제법 솜씨가 좋았어, 콩쿠르에서 입상도 하고.
그런데, 어느 날, 깊은 밤이었는데, 곤이 내 방 창문으로 기어올라와, 늘 그런 식으로 방에 들어왔거든, 여기서 그림을 그리게 해 달라는 거야. 보니까 등에다 배낭을 메고 있고, 그 배낭에 물감하고 붓, 오일이니 걸레니 캔버스까지 꽉꽉 들어차 있잖아. 발목에는 로프가 묶여있고, 그 로프를 잡아당기니까 이젤이 올라왔어. 보름달이 떠 있었고, 마치 가출한 소년 같았어. 그 날부터 곤은 매일 찾아왔어.
한 일주일 정도 지나 그림은 완성되었는데, 일부러 내 방까지 와서 그렸으니까, 틀림없이 무슨 특별한 그림일 거라고, 어쩌면 나의 초상을 그렸을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냥 밤하늘을 그린 그림이잖아. 어둠 속에 수많은 별이 아로새겨져 있는, 그냥 그런 그림이었어.
그 그림을 나한테 주겠다고 하더군. 쇼코가 알 수 있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그림이 고통스러운 러브 레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가까이 있었으니까 말이지. 그림 속의 밤하늘은 정말 깊고 맑고 조용했었어. 그리고 그 밤이 시작이었지.
                                                                
_에쿠니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중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들 셋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담담하게

시작된다..

쇼코가 알코올중독자라서 지저분하게 나온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술을 맛스럽게 마시고 잘 울지만 명랑해보이려고 애쓰고...

왠지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와 비슷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다정다감하며 항상 완벽한..청결한..무츠키..

그 배려가 그를 사랑하게된 쇼코를 더 괴롭게 하지만

조금 엉뚱하지만 속내는 따뜻한 곤과 함께 이들 세명은

이상한 삼각관계를 그리며 어울려나간다.

(그렇다고해서 남여의 대결구도이거나 질투심,,이런것과는

거리가 멀다.굉장히 순수하고 맑은 느낌..말그대로 반짝반짝)

 

지금 가장 머릿속에 맴도는건 곤이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무츠키를 여자와 만나는 자리에 데려갔고...
밤마다 무슨 생각으로 그림(러브레터)를 그렸고....무츠키의 결혼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쇼코의 초대에선 어떤 마음으로...어떤 감정으로 무츠키를 때리고 여행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너무나 바른 가치관을 가진 남자를 오래도록 사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지막부분..
 
쇼코와 무츠키가 선을 본지 일주년 되는 날 쇼코는 아랫층에서 1주년 기념파티 하자고 아랫층으로내려오라고 한다.
그리고 곤의 머리에 빨간 리본을 달아서 선물한다.
그리고 곤은 아랫층에 살게 된다.
그후의 그들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즐거워진다.
사랑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질투도..욕망도.미련도 증오도..미움도.
다 걸러내고 비현실적으로 투명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만이 남은 듯 한 느낌..
 
"몇십 년에 한 번, 온 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난 터라, 어느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 버린다나 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무치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그들은 무리에서 툭 불거져나와 떠돌다 극적으로 만난 은사자들의 무리같다.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아마...또다른 외로운 은사자들이 많을 것이다..어쩌면 나도 은사자일지도,...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
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
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
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
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
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
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
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
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
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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