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쿠니 가오리 본문
때로는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너무 어린 탓이 아니라 엄마가 나이를 너무 먹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둘은 똑같지 않다. 전혀 다른 차원이다.
무엇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아주 아주 슬픈 일이다.
오랫만에 집어든 에쿠니 가오리의 책.
일본작가 중 요시모토 바나나나 하루키, 류 모두 읽어보았지만
역시 내게 가장 잘 맞는건 에쿠니 가오리.
그 매력에 빠져서 한동안 그녀의 책만 골라서 읽곤 햇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17살의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풋풋하고 과민하고 섬세한.
떫은 초록색 사과같은 맛.
같은 교복 같은 교실 같은 책걸상이지만
모두 다른 고민과 생각과 삶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이 소설에서는 나쁜 아이 착한 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이유와 감성만이 존재할 뿐.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영화 하나와 엘리스가 생각났다.
예전에 나도 이랬었지..라고 하면서 잊혀진 기억을 꺼내게해줘서
고맙기도 한 소설이다.
"나는 초록 고양이가 되고 싶어 다시 태어나면"라고 말하고
에미는 꿈꾸듯 미소지었다.
"그 고양이는 외톨이로 태어나, 열대우림 어딘가에 살고,
죽을 때까지 다른 생물과는 한번도 만나지 않아"
이런 생각은...예전에는 그저 학창시절 때의 혼자있음을 좋아하는
그런 경향으로 하곤 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서로 상처주고 껄끄럽게 되고 미워하고..이런 과정들이 싫어서 하게 되는 것 같아 슬퍼지기도...
나중에 선생님이 된다면
언젠가는 내가 가졌던 그때의 감수성을 기억하고
그들을 이해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잘 있니?"
나는 물었다. 나 자신도 놀랄만큼 절실한 목소리라서 당황하고 말았다. 에미는 대답하지 않는다.
"3일에 돌아올 거지?"
"....."
대꾸가 없다.
"에미?"
그 다음 에미의 말을 듣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보고싶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에미는 그렇게 말했다.
"벌써부터 모에 보고 싶다."
물론 나는 아침 첫 차를 타고 내려갔다
중고등학교 시절 편지를 교환하고 쉬는시간마다 너무나 당연한듯이 한자리에 모여서 과자를 함께 먹고 야자가 끝난 후 학교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함께 걸어가던 그때의 그 감성은 어디로 가버린건지...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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