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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이만교

DidISay 2012. 1. 23. 03:58

 



일단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유하감독의 영화를 통해 먼저 접했다.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일단 나는 매우 좋아하는 영화이다.
시인 유하의 감수성이 잘 드러나있기도 하고.
하지만 책을 먼저 봤었더라면, 아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만교의 이 작품은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와 많이 비교된다. 일단 소재가 결혼의 틀을 벗어난 일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작가들의 작문스타일이 언론,사회학의 이론과 많은 일화들을 조사하여 자유자재로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작품에서는 시뮬라시옹과 하이퍼리얼리티,내파, 플라톤의 동굴이론-의제설정이론-,예언의 자기실현성, 주류(mainstream)와 공명(consonance)-배양이론-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잡설이 아니라, 학문적인 배경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가는 느낌이라 그에 대한 찬성여부를 떠나서 아주 흥미로웠다.

 이 소설에서는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던 다른 인물들도 등장한다.

 

우선

-자유연애주의자, 독신주의이며 자기나름의 이론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인공

-법적인 결혼은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의사와, 감정적인 결혼은 테크닉이 좋고 정서적으로 잘 맞는 주인공과 한 그녀

-학창 시절의 사랑을 결혼 후에도 이어가고 있는 친구, 이로인해 임신중인 별거까지 가지만 이도저도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태

-남편과의 의사소통 부재로 주인공을 만나지만 단지, 정서적인

교감만을 원할뿐인 은희

-유부남과 사귀고 있지만 나름의 연애 방식의 한 종류이며 인생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계획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여동생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있는 형님 부부와 부모님

-사랑했지만 다시는 만나지 않을거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은지

 

영화에 대한 감상에서는 주인공 역인 감우성이 불쌍하다는 의견들이 간혹 보였지만
도대체 왜? 

 

내가 보기에는 그녀는 선을 보기 전에 그리고 결혼 전에
이미 주인공에게 여러차례 결혼을 하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다만 결혼이 주는 속박이 부담스러웠던 주인공이 이를 밀어냈을 뿐.

 

자신이 밀어낸 결과를 부담감이 싫은 주인공은
그녀가 스스로 경제력을 택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이론과 현실은 별개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은 살아가면서 끝없이 자기 이론을 세우고 부수고 수정해 갈 수밖에 없다고...하지만 여기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현실에서의 삶은 책임이 따른다는 것. 

책 속에서 거북이를 잃어버린 조카가 울면서 밥도 안먹고 찾는 것은
어린나이지만 일종의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주인공은 그녀가 떠나간 후에도 어떤 상실감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씁쓸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과연 사랑일까? 사람 자체가 모순투성이인데
어떻게 그들이 꾸려나가는 삶이 이론처럼 완벽하게 이치에 맞을수가 있을 것인지..

 

책임에는 부담감을 느끼고, 단지 즐기려고만 한다면
이것이 바로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아닐지..차라리 조금 구질구질하고 구차하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삶을 성실하게 꾸려나가는 형의 삶이 난 더 좋아보였다.

 

극 중에서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은 본심을 알 수 없다. 온통 남의 관점일 뿐..이라는 말처럼 학문적인 이론으로 이를 포장한다고 해도 저질스럽고 유치한 책임 회피하기는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단언해서 말할 수 있는지.

 

주인공 본연의 말이 없는 온갖 이론으로 대체된 언어들...
요즘 시대에 결혼과 연애가 상투화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인류가
살아온 날들 중에 그렇지 않았던 적이 존재하였을까? 가문을 위해서 혹은 권력의 세습을 위해서 근친마저 서슴치 않았던 것이 인류의 과거 모습이 아닌가.

 

결혼은 상투적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지리한 것이 될 수 있고
서로 다른 두 인격체가 만나 전체 삶을 통해 조율해나가는
교향곡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굉장히 멋진 일이 될수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차이는 결국 자신의 인식의 한계를 보여줄뿐..

 

소설 속 그와 그녀는 자책이나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행위를 연극 속 배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연극이 아니라 real이다.
자신이 그저 연극 배우일 뿐이라면 도대체 내가 속한 삶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것이야 말로 너무나 상투적이지 않은가?